시인
변옥윤(객원논설위원)

2018-02-12     경남일보
시(詩)는 곧 지성이다. 모든 사물을 관조하는 남다른 시각이 필요하고 때로는 비유하고 은유하기도 하고 직설과 반어를 거듭하면서도 아름다운 언어로 읽는 사람의 가슴에 감동을 심어 공감하게 한다. 언어를 더욱 아름답게 하는 연금사가 곧 시인이다.

▶어릴 때부터 시를 접하게 하기위해 교과서에 시를 싣는 것은 비단 우리뿐만 아니다. 사람을 풍성하게 하고 시적 감각이 정서에도 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인은 존경받고 ‘시인이 없는 사회는 죽은 사회’라는 말까지 나온다.

▶한 때 그런 적이 있었다. 시인의 일탈을 이해하고 천재성에는 기행이 따른다며 용서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천상병시인은 만나는 사람마다 돈 천원만 달라고 졸랐다고 한다. 용도는 막걸리를 사서 마시기 위한 것이었다. 문단에서는 천시인의 이런 기행을 천진스러운 행동으로 치부했다.

▶그러나 최근 Me Too 운동으로 번지고 있는 한 원로시인의 행동은 기행으로 보고 지나치기에는 문제가 적지 않다. 특히 지성을 추구하는 시인에게는 몸에 맞지 않는 행동이다. 언행불일치의 극단이라 할 수 있다. 추악함이 미화될 수는 없는 것이다. 기행이 아니라 만행이다. 그래서 시인은 삶이 시처럼 절제되고 아름다워야 하는 것이다. 위선은 언제나 드러나기 마련이다. 이 땅의 시인들은 존경받아야 한다.
 
변옥윤(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