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계 성추문 적폐 청산 계기 삼아야

2018-02-27     경남일보
국내 연극계 거장인 이윤택 연출가의 성추문에 이어 하용부 밀양연극촌 촌장과 김해지역 극단 대표가 성추문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잇따라 제기, 경남 연극계가 충격에 빠졌다. 한국연극협회 경남지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밀양연극촌과 김해 극단 등의 성추문에 대해 “위계서열이 강조되는 연극계에서 권력을 악용한 사례로, 배우를 꿈꾸는 청소년과 어린 배우들을 일상적·상습적으로 성추행·성폭행한 범죄행위다”고 밝혔다. “책임을 통감, 자성의 시간을 이어가고 있다”며 “이번 일로 연극계에 실망과 분노를 느낀 도민께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반성했다.

이윤택 연출가 성추문 폭로로 시작된 연극계 미투(me too)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하나 미투 운동은 기로에 서 있다. 최근 미투 운동을 이용해 어느 한쪽을 공격하거나 진영 대결로 바라보려는 일부 시각이 우려스러운 이유다. 비단 이윤택 감독에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니다. 영화계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확인되고 있다. 그동안 유명 영화배우를 비롯, 수많은 여성 피해자들의 용기 있는 참여로 연예계, 스포츠계, 정계, 관계 등 사회 곳곳에 만연하고 있는 성추행의 추악한 실체가 드러났다.

얼마 전만 해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미투 캠페인이 없었다면 밝혀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성추행은 연예계 등 어느 곳에서나 상시적으로 일어나지만 남의 일로 치부한 게 사실이다. 더 이상 성추문 문제를 피해자들의 용기에만 기대서는 안된다. 여성들을 두 번 죽이는 일이다. 모처럼 확산되는 고발 운동으로 성추행 문화를 뿌리 뽑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성차별, 성폭력 등 인권침해 문제 발생 시 예외 없이 조치해 안전한 공연제작 환경도 마련해야 한다. 경남연극협회는 “성추문 책임 통감” 사죄를 한점을 감안, 이번의 참담한 일을 계기로 그간의 적폐를 청산하고 도약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