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밀어준다는 것

2018-03-01     경남일보
[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밀어준다는 것

 


밀어준다는 것

제자리걸음인 너

헛바퀴 도는 우리

차가움 속에서도 열이 났지

밀어주는 것은

무의미한 소용돌이를 벗어나는 것

-조영래(시인)

함께 살아가는 다정함의 세계가 묻어나는 디카시다. 삶 속에서 저처럼 폭설을 만나는 경우가 있다. 어디 폭설뿐이랴 마는 오르막길이 아닌 평지에서도 꼼짝없이 갇혀 버릴 때가 있다는 말이다. 제 아무리 안간힘을 쓰도 공회전으로 헛바퀴만 돌아 속이 새까맣게 타지 않던가.

“옆에서 누군가 조금만 손 내밀어준다면 일어서는데 이리 힘들지 않을 텐데, 숨 쉬기 편할 텐데….” 비빌 언덕 하나 없이 언제나 맨 손에 맨발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땀 흘린 만큼의 대가로 살아내기란 무척 힘들었던 시절 속에서 때때로 되 뇌였던 말들이, 하나둘 모여 힘껏 밀어주는 아침 풍경위로 오버랩 된다. 아파트 단지 내에 산수유가 꽃망울을 머금기 시작이다. 캄캄한 물관을 밀어주는 ‘봄’의 활약을 기대해 보면 어떨까./ 천융희 《시와경계》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