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 진 자리
문복주(시인)
2018-03-05 경남일보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한집에 부부 둘이 다 암에 걸려 치료하고 있다니 믿어지지 않았다. 의사는 부인이 3개월 남았으니 잘 해주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1년도 아니고 3개월 남은 생명. 만약 어느 날 나보러 ‘당신의 생명이 3개월 남았으니 그리 아시오.’ 한다면 나는 어찌해야 할 것인가. 난감하기 그지없다.
돌아오면서 우리 부부는 죽음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결론은 우리도 죽음을 생각할 나이가 되었다. 누가 먼저 어찌 될 줄 모르니 각자 건강한 죽음을 위해 건강한 삶을 살아야 한다. 늙어갈수록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오래 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 중요하다. 육체도 중요하지만 정신 건강도 중요하다. 그러므로 적극적인 삶의 태도를 가져야 한다. 늙어갈수록 입은 다물고 지갑은 열고 몸은 매일 씻고 주위에 덕을 베풀어야 한다고 아내가 명심보감을 풀어 놓는다. 지당한 말씀이다.
나의 버킷리스트는 무엇일까. 버스를 타고 다니며 시골에서 만나는 노인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는 것, 일본어를 복습해 보는 것, 삽화 그려보기, 자전거 여행하기, 그림도 그리고 짧은 시도 한편씩 적어보고 크루즈 타고 인도에 가보거나 열기구 타고 하늘에 올라 세상을 내려다보고 싶은 것?
구질구질 추하게 늙지 않기를. 자연에의 회귀가 아름다움이라면 스러지는 것 모두 꽃이 되겠지. 돌아오지 않는 죽음이 아름답기를. 푸른 잎 사철 화려하진 않았지만 한 생으로 피어 낸 붉은 꽃 보고서야 꽃이 왜 피었는지 아는 사람은 알겠지. 사는 것 소중 했다면 앉은 자리 그대로 발밑에 놓아 통째로 지는 순절. 기쁨으로 가는 자연 그대로의 회귀였으면 좋겠어. ‘동백꽃 진 자리’
문복주(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