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마다 터지는 후진국형 대형 해양사고

2018-03-08     경남일보
바다에서 또 후진국형 안전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6일 오후 11시35분께 통영 좌사리도 남서방 4.63㎞ 해상에서 11명이 탄 59t급 저인망 어선 제11 제일호가 전복돼 한국인 선원 4명이 사망하고 베트남 출신 선원 3명이 구조됐다. 4명은 실종 상태다. 자세한 사고 경위와 구조 상황 등은 향후 면밀한 조사를 통해 파악될 일이겠으나 당시 파고가 심한 해상 상황 등을 감안하면 이번 사고도 불가피한 재해가 아닌 인재(人災)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제일11호는 어획물이 가득 찬 상태에서 악천후로 높은 파도가 치자 무게중심을 잃고 전복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 선박의 위치발신장비(V-PASS)와 자동식별장치(AIS)는 꺼졌거나 고장 나 해경은 이들이 입항·재출항한 사실을 몰랐다. 해경 관계자의 말처럼 만약 V-PASS가 정상적으로 작동했다면 출동 시간을 단축해 더 많은 인명을 살릴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안타깝다.

안전의식이 여전히 미흡하다. 우리가 대형 사고를 당할 때마다 으레 강조해온 건 안전성에 대한 경각심이었다. 그 때만 요란했지 금방 잊는 게 우리 사회의 고질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선박 안전운항 기준이 강화됐음에도 해양안전 사고가 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안전 불감증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를 겪고도 달라진 게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소를 잃고 나서야 외양간을 고친다고 했는데, 잃고서도 고치지 못하는 병은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

해양사고가 참극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안전수칙을 무시하고 정해진 매뉴얼대로 실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별 일이야 있겠어?’하고 방심할 때 돌이킬 수 없는 재난이 닥친다는 사실을 깨닫고 실행에 옮길 때 ‘안전 불감증’이란 말은 사라질 것이다. 상선, 어선 등 관계자들이 안전의식을 가지지 않는다면 며칠마다 터지는 대형 해양사고는 끊임없이 되풀이될 것이다. 해경의 실종자 구조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