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봄

2018-03-21     경남일보

[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봄

한평생 묵묵히 살아오신 어머니
겨우내 침묵을 풀어
환하게 웃습니다

산하가 푸른 물결로 흔들리겠습니다

-백경희(시인)



한평생 살아오는 동안 사람들은 저마다 ‘선택의 귀로’에 선다지만 어머니는 묵묵 한길이었습니다. 부모님의 착한 딸이었다가 결혼하면서는 남편의 아내로, 자식의 어머니로 살아내야만 했습니다. 동동거리며 항시 그 자리를 지켜내느라 제대로 한번 웃어보지도 못했겠습니다. 그러니 어쩌면 어머니의 봄은 한 번도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송이송이 꽃을 피워내기 위해 겨우내 캄캄한 뿌리의 방을 지키고 계셨겠습니다.



우리가 꿈꾸며 살아갈 수 있도록 물관을 힘껏 밀어주는 일이 전부였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저 환한 봄꽃은 당신이 웃는 게 아니라 결국은, 당신의 수고로움의 대가로 핀 우리의 웃음이겠습니다. 꽃이 지고나면 그 때도 어머니는 초록으로 우리를 응원해 주실 게 분명합니다. 이 봄, 진정 당신의 환한 웃음이 보고 싶습니다./ 천융희 《시와경계》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