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추억

2018-03-29     경남일보
 


허기진 날들의 상처로
식솔들의 가장은
늘,
거북등짝이었다

-황보정순(소설가. 디카시연구소 사무간사)



딸린 식구들을 생각하면 어떤 무게의 짐도 마다않고 땅바닥에 ‘척!’ 무릎부터 꿇으셨을 아버지. 그 아버지의 아버지. ‘으랏차!’ 기압소리로 단번에 허기를 곧추세웠던 아버지. 한 무더기 거름을 나르다 밭둑에 기대어, 불어오는 바람에 등골의 땀을 식히시던 가장의 아버지. 이젠 추억으로밖에 불러낼 수 없는 붉은 등의 아버지. 그 호흡이 스며있는 아버지의 지게.

지게는 한국의 대표적인 운반기구 중 하나였다. 양다리방아와 더불어 한국에서 발명한 우수한 연장 중 하나로 6.25 전쟁 중에는 한미연합작전에서 차량 이동이 불가능한 전투지역에 보급품을 전달하는 임무를 띄기도 했다. 구조가 A자처럼 생겼다고 하여 미군에서는 ‘A-Frame Army’라고 불렀으니, 한국전쟁의 숨은 공신이었던 것이다./ 천융희 《시와경계》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