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공천

2018-04-11     경남일보
각급 지방선거에서 정당의 공식적 추천을 받는 공천과 관련한 뒷얘기가 봇물이다. 경선이든 아니든 공천을 획득한 후보는 영원한 당인(黨人)임을 역설하면서 자신만의 황홀감에 잠시 도취되는 경우도 본다. 반대로 탈락한 후보는 정당민주주의가 훼절되었다는 등의 울분과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효력정지 가처분과 같은 법률적 대응에 나서기도 한다.

▶과거와 달리 공천의 방식은 다양해졌다. 일반 국민이 참여하거나 당원만의 투표로 결정하는 경선도 있고, 여론조사를 통해 정할 때도 있다. 경선이 아닌, 유력한 후보를 영입하여 별도의 심사 없이 입당 절차만으로 확정하는 공천도 있다. 이른바 전략공천이다. 공천신청도 하지 않은 사람이 허울 좋은 명분으로 공천을 받는 경우도 다반사다. 입사시험 없이 합격되는 이치를 연상되는 것처럼.

▶공천과 관련하여 민주성을 강조한다는 취지에서 각 정당은 경선원칙을 당헌에 규정하고 있다. 공직선거법 47조 또한 공천의 민주적 절차를 명시하고 있다. 각각 있으나 마나, 명시적 준수 없이도 무방한 훈시적 규정들이다.

▶선거준비로 길게는 몇 년에 걸친 각고의 의지와 열정이 전략공천 한방에 물거품되는 현상을 본다. 이미 선관위에 납부한 법정기탁금의 2할과 정당에 낸 수백만 원의 공천심사비를 제외한 손실이다. 경쟁력 있는 후보를 내세워야 하는 정당의 입장도 있겠지만 ‘확’ 와닿지 않는다. 낙천자의 비애가 더 서글퍼 보인다.
 
정승재(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