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도전]서울 토박이 자매 '웨딩디렉터 플랜'

자매가 나란히 진주 남자와 결혼…지역서 웨딩숍 운영

2018-04-23     임명진·박현영기자

최고의 웨딩전문가로 인정받겠다며 착실히 꿈을 키워가고 있는 자매가 있어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진주시 신안동에서 작은 웨딩숍을 운영하는 김현정(39)·현희(37) 자매가 그 주인공이다.

알고 보니 이 자매, 천생 그 언니에 그 동생이다.

서울 토박이가 나란히 진주 남자를 만나 진주 아지매가 된 것 부터, 같은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여러모로 닮은꼴이 많은 자매지간이다.

현정씨와 현희씨는 작은 결혼식을 표방하며 몇 년 전 그들만의 웨딩숍을 열었다. 지금이야 유명 연예인들의 스몰웨딩, 셀프결혼식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당시만 해도 낯설었다.


현정씨와 현희씨는 웨딩복을 직접 제작하고 결혼식 준비과정부터 식 전체를 기획하거나 프로그램 연출과 진행까지 도맡고 있다.

현정씨는 “집들이를 가보면 똑같은 결혼사진을 보게 되잖아요. 웨딩드레스도 같고, 똑같은 포즈에 사람만 다른 결혼식을 보게 되는데 그런 결혼문화를 바꿔 보고 싶어 시작했다”고 했다.

남들과는 다른 결혼식을 원하는 신랑, 신부들의 수요를 파악해 시작한 일이었지만 한동안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결혼은 엄숙하고 격식을 갖춰야 한다는 신랑, 신부 측 어른들의 반대에 부딪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주례는 있어야 된다며 신랑, 신부는 싫어하는데 주례비를 주고 전혀 모르는 분을 모셔오는 경우도 자주 보곤 해요. 그런 주례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현정씨는 양가의 동의를 구해 신랑, 신부가 서로에게 메시지를 전하거나 양가 어른들의 덕담으로 주례를 대신했는데 결혼식의 주체가 된다는 점에서 반응이 무척이나 좋았다.

이런 배경에는 셀프 결혼식을 치른 이들 자매의 경험담이 고스란히 묻어나 있다.

현희씨는 “제가 원하는 결혼을 하기가 굉장히 어렵다는 것을 느꼈어요. 예식장 선택부터 드레스, 액세서리까지 모든 과정을 직접 준비했는데 당시만 해도 그렇게 결혼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보니 많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언니 현정씨는 어릴 적부터 웨딩드레스 디자이너의 길을 걷고 싶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청담동의 한 웨딩드레스 제작실에서 견습생을 거쳐 8년 동안 일을 배웠다.

 


그래서 ‘진주에 가서 살자’는 남편의 프러포즈에 고민도 많이 했다.

“사실 일을 어렵게 배웠거든요. 그런 과정을 잘 아는 선배들이 경력이 아깝다고 만류를 많이 하셨어요”

일을 그만두겠다는 각오로 결혼을 결심했지만 결혼식 준비과정에서 웨딩제작 뿐만 아니라 웨딩디렉터로서의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고 했다.

현정씨는 “제가 진주로 내려올 즈음에 서울에서도 간소한 예복으로 개성 있는 결혼식을 치루고 싶어 하는 분들이 많아지는 시점이었어요. 그래서 지방에서도 분명히 이런 붐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시간이 지나 그녀의 예측대로 자기만의 결혼식을 찾는 신랑, 신부들이 늘기 시작했다. 멀리 전라도, 수도권 등지에서도 그녀를 찾았다.

그 중에는 직접 신부의 드레스를 만들고 싶다는 신랑도 있었다.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친정엄마나 남편이 만들어준 드레스를 입고 세상 단 한번인 결혼식을 한 신부와 야외에서 가족과 가까운 지인들을 모시고 하루 종일 파티처럼 치른 결혼식을 꼽았다.

최근에는 웨딩제작 뿐만 아니라 결혼 진행과정까지 문의하는 이들도 부쩍 늘고 있다.

“보통 결혼을 앞둔 신부들은 최소 6개월 이상의 시간을 들여 결혼식 준비에 매달려요. 다이어트도 하고, 드레스도 보러 다니고 세세한 이어링이나 액세서리도 신경 써 준비를 하죠. 그런데 막상 본 결혼식은 20~30분이면 끝나버리니 요즘 신부들은 그런 결혼식을 피하고 싶어 해요”

 


신부화장과 헤어스타일도 자연스러운 스타일이 인기가 많다.

현희씨는 “요즘은 신부들이 화장법에 대해 너무 잘 알고 계세요. 과한 화장을 꺼려하고, 자신의 개성을 강조하는 화장과 헤어스타일을 원하시는 분들이 많다”고 했다.

자신의 일을 너무 사랑한다는 현정씨와 현희씨. “신랑, 신부에게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안겨다주는 추억이 가득한 결혼 문화를 만들어 가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임명진기자 sunpower@g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