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입양아 출신 이미현 24년만에 진주 방문

도민체전 성화봉송 주자 참가…태어난 병원 찾아 출생기록 확인

2018-04-29     강진성

“여기가 내가 태어난 곳인가요?”

지난 27일 오후 3시 진주시 주약동 가야자모의원을 방문한 이미현(23)이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건물을 둘러봤다. 의원 입구에 도착하자 감탄사가 나왔다. 24년 전 자신이 태어난 곳에 왔다는 흥분과 함께였다.

이미현은 미국 입양아 출신이다. 1994년 10월 진주에서 태어나 이듬해 동방사회복지관을 통해 입양됐다. 2015년 한국 국적을 회복했다. 미국명은 ‘재클린 글로리아 클링’이지만 국적회복과 함께 입양당시 이름 ‘이미현’을 사용하고 있다.

지난 2월 평창동계올림픽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스키 슬로프스타일’에 출전했다. 당시 친부모를 찾고 싶다는 사연이 알려지면서 언론에 주목을 받았다. 한 언론에 ‘자신이 아버지인 것 같다’는 제보가 있었지만 아닌 것으로 판명났다.

이날 이씨는 통역을 맡아 줄 남대현 스키협회 주무관과 동행했다. 이들은 진주에서 열리는 경남도민체전 개막식 성화봉송에 앞서 시간을 냈다.

이씨는 함께 성화봉송에 나서는 김법환 좋은세상진주시협의회장으로부터 자신이 태어난 병원이 아직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입양기관으로부터 가야자모병원에서 태어났다는 정보를 알고 있던 터였다.

문진수 가야자모의원 원장이 이씨를 반갑게 맞았다. 문 원장은 올림픽부터 줄곧 그를 기다렸다. 이씨 사연을 접하고 자신의 병원에서 태어나지 않았을까 관심을 가졌다. 당시만 해도 진주지역 산모 절반가량이 가야자모병원에서 출산할 때였다.

이씨가 생일과 친모 이름을 알고 있는 덕에 출생정보는 쉽게 확인됐다. 이미현은 1995년 10월 25일 0시 16분 2.7kg 미숙아로 태어났다. 분만은 문 원장이 맡았다. 출생시간과 몸무게는 처음 알게 된 소식이다. 이씨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친모가 세번째 출산이라는 정보도 알게됐다. 이씨는 문 원장에 연신 감사의 말을 건넸다.

더 많은 정보는 확인되지 않았다. 가야자모병원이 분만실과 입원실을 없애고 의원으로 축소되면서 오래된 진료차트는 폐기처리된 상태다.

그에게 좋은 소식이 올 징조일까. 올림픽 이후 진주를 찾고 싶었던 터에 진주시 관계자로부터 도민체전 성화봉송을 부탁하는 연락이 왔다. 흔쾌히 수락한 그는 덕분에 출생 정보를 얻게 됐다.

병원을 나서는 이씨 표정은 밝았다. 자신을 도와준 사람들에 고마움을 표했다. 그는 친부모를 만나 자신이 잘 자랐다는 것과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싶다. 행여 친부모가 만남을 원하지 않더라도 원망할 생각이 없다. 그럴만한 사연이 있을 수 있기때문이다.

“저는 만나고 싶지만 친부모님이 어떤 판단을 내리던 그 결정을 존중해요. 그 분의 현재 삶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요. 다만 저를 만나고 싶지 않다면 그렇다는 의사표현을 해 주셨으면 해요” 그는 “태어난 곳에서 성화봉송 주자로 나서게 돼 영광이다”며 진주종합경기장으로 향했다.

이미현은 서울에서 거주하며 2022년 베이징동계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다.

※이씨 친부모를 알고 있거나 이씨와 관련된 정보를 알고 있는 분은 연락바랍니다. 전화 055-751-1062(경남일보)

강진성기자 news24@g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