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018-05-02     경남일보
메마른 땅에서 라일락 꽃을 피워낸 잔인한 4월이 지나 계절의 여왕 5월이 왔다. ‘바람은 넘실 천이랑 만이랑/ 이랑이랑 햇빛은 갈라지고’ ‘구김 없는 햇살이 아낌없는 축복을 쏟아내는 5월’ 시인의 싯귀를 읊조리는 것만으로도 5월은 싱그럽다.

▶지난 4월은 정말 분주하고 요란했다. 엄청난 충격이 현실로 다가와 온 한반도가 들썩였다. 정녕 남북의 봄은 오는가. 황무지에서 꽃을 피워내고 화약냄세를 걷어내는 봄다운 봄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인가. 희망을 보는, 가능성을 얘기할 수 있는 그런 4월이었다. 언 땅을 녹여내는 바람이 불어 온 것이다.

▶5월은 희망이 싹트는 계절이다. 벌들은 밀원을 찾아 부지런히 오가며 꿀과 꽃가루를 나르고 종달새는 하늘높이 날며 밀이 익어가는 계절이다. 이 계절에 55년간 이어졌던 155마일 휴전선의 ‘소리전쟁’도 끝나가고 있다. 상호비방의 소리통이 철거되고 있다.

▶우리는 북과 미국이 한자리에 앉아 눈만 뜨면 귀가 아프게 들어야 했던 핵문제가 해결되길 기대하고 있다. 2018년 5월이 역사적이고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는 기념비적인 계절이 되길 희망하는 것이다. ‘풀잎은 풀잎대로 바람은 바람대로 초록의 서정시를 쓰는’ 5월을 기대하는 것이다. 축복받은 민족이고 싶은 것이다.
 
변옥윤(객운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