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칼럼]얼룩진 월영캠퍼스, 나는 지금이 부끄럽다

2018-05-07     경남일보
“나 때는 총학생회랑 학보사의 힘이 어마어마했어. 다들 뜻있고 진보적인 학생이었기 때문일 거야.” 엄마의 회상은 틀린 말이 아니었다. 학보사 선배들이 찍어놓은 사진을 본 적이 있다. MBC가 적힌 자동차는 불에 탔고, 총학생회는 정문에서 플래카드를 들며 결연한 표정으로 무어라 외치는 장면이 찍혀 있었다. 그때는 내가 태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 사진만 봐도 뜨거운 열기가 전해졌다. 다만 지금의 월영 캠퍼스는 조금 다르다. 우리는 그때만큼의 열기를 이젠 느낄 수 없었다.

지난 20일, 경남대학교와 창원대학교에서는 ‘드루킹 사건’과 연관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파급력은 대단했다. 기자회견 자체의 영향력은 어땠을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 기자회견을 알리는 데는 큰 성공을 거뒀다. 엄청난 혹평을 받았기 때문이다. SNS는 물론, 신문 기사까지 실리며 학우들에게는 ‘총학생회장 자진 사퇴’ 요구까지 받았다. 경남대학보사가 주관한 설문조사 결과, 55%(327명)의 학우들이 ‘기자회견은 올바르지 않은 판단이었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왜 이들은 이렇게까지 분노하고 사퇴를 요구하였을까.

학생들과의 합의 및 서명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그들은 경남대학교의 이름을 붙인 채 기자회견을 시행하였다. 얼핏 본다면 ‘경남대학생 모두가 드루킹 사건에 대해 수사를 촉구하라’고 동의한 것처럼 보인다. 총학생회장의 인터뷰 내용은 더욱 충격적이다. “내 직함이 총학생회장이기 때문에 총학생회 이름을 거론한 것 뿐”이라며 자신의 행동에 대한 당당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그 말은 틀렸다. 그가 총학생회장이 된 이유는 학우들의 투표가 있어서이고, 그 또한 학생들이 그를 학생대표로 선출해도 될 만한 사람이라는 믿음으로 그를 뽑아주었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달랐던 모양이다. 민주주의를 배신한 말이었다.

2016년, 학교를 대표해서 시국선언을 해 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경상남도 대학의 총학생회 대다수가 시국선언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드루킹 사건 수사 촉구’는 학생들이 원하지 않아도 자신들이 솔선수범하여 외쳤다. 얼마나 속이 뻔히 보이는 행동인가. 그때로 되돌아가기엔, 우린 너무나 먼 길을 온 듯하다.
 
성유진 (경남대학보사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