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야기]새로운 가치창출 '치유농업'

민찬식(경남도농업기술원 기술보급과장)

2018-05-06     경남일보
최근 급격한 도시화와 함께 증가하는 환경성 질환과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개인 집단 간 갈등과 폭력 등의 정서적 문제는 우리 가족, 이웃들을 해체시키는 역기능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식물이나 동물을 돌보는 농업활동을 통해 신체와 정신건강을 도모하는 완화 치료 활동이 시도되고 있는데, 이것이 바로 치유농업(Agro-healing)이다.

2000년대 이후 세계 각국에서는 네덜란드의 그린케어 팜 운영을 기점으로 사회적농업, 녹색치유농업, 건강을 위한 농업 원예치료 등으로 본격화되고 있으며, 현재 유럽 전역에 걸쳐 3000여개에 달하는 치유농업형태의 사회적 농장은 대부분 학습장애 청소년, 정신질환자, 마약중독자, 자폐증 치료, 치매노인들을 대상으로 치료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 2013년 농촌진흥청이 관련업체와 공동으로 컨설팅 및 연구를 거치면서 농업의 한 영역으로 치유농업을 부각시키고 있다. 이러한 농업형태를 정착하기 위한 사회적 공감대 확산을 위해 금년 4월 상순에 치유농업 산업화 전략이라는 심포지엄을 개최한 바 있는데, 한 발표자는 전후방 산업과 연계된 새로운 비즈니스로 정착된다면, 향후 시장규모가 2조원 가까이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하였다.

발 빠른 어느 지자체에서는 화훼, 채소, 과수 등 농업에 대한 기초지식과 함께 대체요법인 원예치료, 음악치료, 향기치료 등에 대한 치유농업 교육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라고 한다. 전북의 한 군에서는 치유농업연구회를 조직, 농업인과 함께 농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설계하여 교육농장과 체험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치유농업 적용이 가능한 농장을 위주로 참여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기존 교육농장과 체험농장은 호기심과 흥미를 유발하는 인지체험이 주를 이루었다면 치유프로그램에서는 감각, 감성, 행동, 관계적인 자극을 통해 정신적, 육체적 건강을 회복할 수 있는 폭넓은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하겠다.

현재 경남에서도 이와 같은 치유농업 일부 기능을 접목한 체험형 교육농장 육성과 원예치료대학을 운영함으로써 관심도를 높여가고 있다. 아직은 시작 단계여서 주변여건이나 재원 등 어려움이 따르기는 하지만, 차근히 준비하면서 교육기관, 의료기관, 농업경영체가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하여 새로운 아이디어를 접목한다면, 농업인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의 삶의 질을 높여나가는데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확신한다. 특히 이 과정에서 농업인은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면서, 치유농업의 사회기여에 대한 자부심을 갖게 되어, 지역 활성화에 있어서도 중심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치유농업은 미래 농업이 추구하는 본질적 의도에도 부합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도시와 농촌을 연결해 주는 통로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치유농업의 정립을 위해 다양한 체험과 교육활동을 기존 인프라와 경험을 기반으로 잘 활용한다면 시간은 걸리겠지만, 미래농업의 한축으로서 일자리를 창출하는 좋은 산업으로 정착할 수 있으리라 본다.

민찬식(경남도농업기술원 기술보급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