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단] 업(신미균)

2018-05-13     경남일보

 
바위가 쑥부쟁이 하나를
꽉, 물고 있다

 
물린 쑥부쟁이는 똑바로
서 있지 못하고
구부정하다

바람이
애처로워
바위를 밀쳐보지만
꿈쩍도 안 한다

바위는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지만
쑥부쟁이는 그래도
고마워서
바람이 언덕을 넘어갈 때까지
연신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한다

 
/신미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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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 틈새에 뿌리를 내린 나무들의 강인한 생명력에 경탄할 때가 많다. 더러는 바위를 쪼개고 거목이 된 경우는 더 그렇다. 하필 그 때 자궁이 열리고 바람 따라 터 잡은 것이 사주팔자다. 고마운 것인지 고마울 것인지 요즘 거리 모퉁이마다 허리 굽히는 이가 부쩍 많다. 집념에 뿌리 밖아 키를 돋우는 잔인한 갈증의 시대다. (주강홍 진주예총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