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연 스님의 여섯가지 도둑

정영효 (객원논설위원)

2018-05-17     정영효
일연 스님(1206∼1289년)은 고려 후기 고승이다. ‘삼국유사’ 지은이로 더 유명하다. 대한항공 총수 일가의 갑질 횡포에 대한 공분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일연 스님의 설법이 800년에 가까운 세월을 거슬러 다시 현대인에게 다가오고 있다. 일연 스님의 ‘몸 안에 있는 여섯가지 도둑을 잡으시게나’라고 했던 설법이다.

▶스님의 설법은 800년 전에도 그러했듯이 오늘날을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최소한 경계해야 할 마음가짐’을 가르치고 있다. 스님은 “세상에 제일 고독하고 나쁜 도둑은 바로 자기 몸 안에 있는 여섯가지 도둑일세”라며 복 받기를 바라거든 먼저 마음 속의 여섯가지 도둑을 잡을 것을 설파했다.

▶스님은 보이는 것마다 가지려고 하는 눈 도둑, 듣기 좋은 소리만 들으려 하는 귀 도둑, 좋은 냄새만 맡으려고 하는 콧구멍 도둑, 온갖 거짓말을 하는 혀바닥 도둑, 훔치고 못된 짓 하는 몸뚱이 도둑, 이놈은 싫다 저놈은 없애야 한다며 화내고 난리치는 생각 도둑을 잡을 것을 강조했다. 자신의 몸 안에 있는 눈 도둑, 귀 도둑, 콧구멍 도둑, 혓바닥 도둑, 몸뚱이 도둑, 생각 도둑, 즉 여섯가지 도둑을 경계할 것을 타일렀다.

▶스님의 설법은 현대인, 특히 ‘갑’에 속해 있는 계층들이 항상 마음에 새기고, 실천해야 하는 가르침이다. 그럼에도 마음에 있는 여섯가지 도둑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하는 ‘갑’들이 지금 너무 많다. 여섯가지 도둑질을 즐기며 ‘을’들을 울리는 못된 갑들을 꾸짖는 스님의 질타가 들린다. 정영효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