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P.S. 토이 스토리

2018-05-17     경남일보
 


아파트 구석 헌 옷 수거함 위에
곰 인형 하나 누워있다
그들의 공포는 밀려나는 것,
돌아갈 입구는 좁고
낡아버린 동심은 수거품목에 없었다

-홍계숙(시인)



P.S는 어원상 post(after)+script(write)로, 편지에서는 ‘추신’을, 책이나 논문 등에서는 ‘후기’라는 뜻이다. 그러니 시인은 지금 ‘장난감의 최후’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공장에서 눈을 매다는 순간 세상에 태어났을 곰 인형. 품에 안겨 사랑을 독차지 했을 것으로 예상되나 보다시피 수거함까지 밀려난 상황이다. 매장으로 쏟아져 나오는 장난감들은 저마다 탁월한 기능과 구매욕구의 요소를 갖춰 아이들을 유혹하고 있어 집집이 장난감 홍수시대니, 중심의 자리는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 법 아니겠나. 크고 작은 상처와 폭력이 가해졌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조금 더 지켜보기로 하자. 생기를 불어넣어 줄 또 다른 동심이 나타날지 누가 알겠는가. (p.s 영상에서 모두 말해주고 있기 때문에 1행과 2행 없이도 충분히 좋은 디카시가 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디카시는 짧을수록 좋다.)/시와경계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