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遺志)

2018-05-24     경남일보
며칠 전 국내 정상급 대기업군 회장이 타계하였다. 3일의 가족장을 치르고, 고인의 애착이 고스란히 배인 숲속 한 나무아래에 영면하였다. 진주출신으로 애향심이 유별하여, 고향에 대학을 만들어 후학을 장려하는 등 기업의 사회적 책무에 진력한 사람으로 알려진다.

▶망인에게 너그러운 풍속을 차치하더라도, 그가 성장시킨 기업은 ‘정도 경영’으로 타의 모범이 되었다. 뇌물이나, 부패, 정경유착 등으로 총수가 구속되거나 사법처리 된 사례가 없다. 사주(社主)의 지조는 사원의 훌륭한 귀감이면서 자존감으로 작용되었다.

▶소탈하고 검소한 삶, 허례를 배격한 고인의 뜻대로 장례식도 간소했다. 부의와 조화는 물론, 가족 외 조문도 정중히 사양하였다. 지인의 혼동이 없도록 각 언론의 공고를 통해 알렸다. ‘속세에서 일로 만난 지인의 슬픔이 대수겠느냐, 나로 인해 그들의 번그러움을 끼치기 싫다‘는 이유였을 것이다.

▶장례, ‘그게 그런 게 아니다’라 했던가. 적지 않은 정치인과 기업인이 장례식장을 찾았다고 한다. 모두 ‘나와 고인의 인연은 특별하다’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고인과 유가족이 불쾌하지는 않았겠지만 만족하지도 않았을 것 같다. 얄궂은 상상이 든다. 삶의 최후, 고인의 진솔한 유지가 거역된 것은 확실하다는.
 
정승재(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