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차’ 박사학위 취득 여성 1호

정숙자 원광대 예대학연구소 책임연구위원

2018-05-24     김귀현
지난 1981년 5월 25일 촉석루에서는 ‘차의 날’ 제정 선포식이 열렸다. 당시 전국의 차인들이 모여 전통 차문화의 이해, 건전한 인간선 배양을 위한 국민운동으로 승화시키자는데 뜻을 모았다. 그해 제정문에서는 ‘마신다는 것은 인간의 기원과 같이 실로 유구하며 물을 데워서 마신다는 것은 문화생활의 시발이라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37년이 지난 올해 다시 차의 날이 밝는다. ‘느림의 미학’이던 차는 소비하는 ‘인간’에 맞춰 다각도로 발전하고 있다. 가볍게는 티백이며 쉽게 떠올리는 한복 차림의 행다도 그 맥을 오랜 기간 이어오고 있다. 진주지역에서 차 관련 박사학위를 여성으로는 처음 취득한 정숙자 씨를 만났다.

“학사 전공은 국문학이었어요. 차와는 인연이 전혀 없었죠. 시작은 지인의 추천과 ‘공부를 해야겠다’ 마음 먹은 거였죠. 차를 공부하다보니, 차에 대해 더 깊이 파고들게 됐어요.”

차 공부만 10년 가량 했다는 정 씨는 ‘차 하면 뭐가 제일 먼저 생각나요?’란 질문을 던졌다. 전통, 한복, 다례를 떠올렸을 것이라 짐작했다. 그는 종종 강연에서 손님에겐 가장 좋은 차를 대접하란 말을 이른다고 했다. 그는 흔히 차를 두고 배려와 소통의 다른 말이라고 하는데, ‘첫’이 붙는 모든 대상이 그러하듯 첫 차, 첫 느낌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직접 녹차를 따고 덖어보는 제다 실습과 학문을 통해 차를 더욱 사랑하게 된 건 사실이지만, 차가 꼭 어려울 필요는 없죠. 저만 해도 차마다 여전히 인상이 다른 걸요. 쉽게, 누구나 자기에게 맞는 차를 찾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 씨는 전통을 잃어서는 안 되지만 전통에 갇혀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같은 봄과 여름 사이에는 햇 녹차가, 차에 입문하는 이들에겐 허브차가 어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 씨는 2년 전 취득한 박사 학위 논문을 보여줬다. 근·현대 차인을 소재로 한 논문 내용으로 책자를 발간하고 싶었다고 했다. 직후 ‘어렵죠?’라는 물음을 던졌다.

그는 대신 200쪽 가량의 좀 더 가벼운 ‘차 문화’ 관련 원고 작업 중이다. 정 씨는 차 문화 발전에 각자의 몫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막바지에 그는 ‘“공부를 할 수 있는 사람은 공부하고, 차를 만들 수 있는 사람들은 차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사람들은 구입해 즐기면 된다”며 “공부하는 사람들은 전통을 지키고, 그 전통을 기반으로 현재와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 건 모두의 몫이다. 커피가 가깝듯 다기와 차도 우리와 더 가까워지기를 소망한다”고 전했다.

김귀현기자 k2@g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