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 이런 선생님이면 좋겠습니다

2018-05-28     경남일보
선생님들께. 오월이 저물어갑니다. 오월은 어린이날과 어버이날도 있지만 우리 선생님들께는 아주 민망한 ‘스승의 날’도 있었습니다. 학생들에게선 카네이션 한 송이도 받을 수 없는 요즘에 저는 졸업생들로부터 몇 개의 선물을 받았는데, 그중 ‘팝송이랑 통기타 음악을 좋아하신다고 하셔서’라는 문자와 같이 온 CD 2장도 있었습니다. 최고의 선물, 속된말로 이런 맛에 선생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선생님들께서 잘 아시는 ‘훈장 똥은 개도 안 먹는다.’는 속담에서 보듯이 선생노릇(?)은 예나 지금이나 어렵긴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초·중·고의 학교 급별과 무관하게 진상 같은 학부모는 상존하고 업무는 시간이 지날수록 가중되는 우리의 교단에서도 우리 선생님들만은 이랬으면 좋겠습니다.

먼저, 조폭 같거나 극도의 이기적인 학부모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또한 건방지게 선생님께 대들거나 비행을 일삼는 학생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대부분의 학부모와 학생들은 선생님을 무한 신뢰하고 존경한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않는 선생님이면 좋겠습니다.

매일 아침 옷장에서 가장 멋진 옷을 고르고, 출근해선 환히 웃는 학생들을 바라보면 개인적인 일로 인한 짜증까지 해소되는 선생님, 수업시간이 기다려지는 선생님, 그리하여 시작종이 울리기 전에 먼저 교실에 도착하는 선생님, 나아가 수업하고 나오는 뒷모습이 당당한 선생님이면 좋겠고, 학생들에겐 2인칭대명사 대신 이름을 꼭 불러주는 선생님이면 더 좋겠습니다. 더구나 늦은 저녁 편의점 앞을 지나다 컵라면 먹는 제자를 보면 조용히 다가가 작은 김치 1봉지 건네는 선생님이면 참으로 좋겠습니다.

책상 위 컴퓨터 모니터엔 증권 시세 그래프 대신 수업 명사의 강의 동영상이 켜져 있는 선생님, 항상 겸손과 양보를 실천하시어 학생들에게 모범을 보이시면서 도움이 필요한 곳에서의 봉사를 통한 공동체 이해를 솔선하시고 민주적 질서의식도 함양하려는 선생님, 그리하여 법질서가 무너지고 인정이 소멸된 삭막한 근자의 현실에서도 내가 가르치는 이 이이들이 사회의 주역이 되면 우리 사회가 좀 더 좋아질 것이라는 확신을 가진 선생님이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습니다.
 
문형준(진주동명고등학교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