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공기밥(조현석 시인)

2018-06-07     경남일보
 



공기밥

누구나 화려한 한때가 있다
그 시절 지나가면 빈손뿐
뙤약볕 아래서도 피었던 연꽃들
밥 한 그릇은 남기는구나

-조현석(시인)



그렇다면 당신의 한 때는 언제였는가? 있긴 있었던가? 작금의 중년들이라면 한 번쯤 뒤돌아 보아 자신에게 남겨진 것에 대하여 살펴보는 시간이겠다. 불현듯 길을 나서보는 이유가 어쩌면 져버린 연꽃의 추억을 더듬어보려는 것은 아닌지. 지금쯤 직장을 떠나게 되는 베이비부머 세대들을 떠올려보면, 자녀들 키워내고 어른들 보살폈던 일이 전부인지도 모른다.

그래도 ‘그때가 꽃 시절’이었다고 시인은 말하지 않는가. 그렇다. 꽃 진 자리에서 열매 맺는 법이니 시인이 말하는 공깃밥 또한 하나의 열매인 것이다. 바람이 불 때면 딸그락딸그락 숟가락 부딪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푸른 온기가 돌아 저 아래 뿌리의 방까지 전해지는 디카시다. 아는 사람은 안다. 꽃·잎·열매를 비롯하여 뿌리까지, 전 생애 얼마나 소중한 삶을 살았는지, 남겼는지 말이다.

시와경계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