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근로시간 단축인가
박준언기자
2018-06-20 박준언
과연 그럴까?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주52시간 근로시간 단축을 ‘반대’하는 글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대통령님! 삶의 질을 높이고 저녁 있는 삶도 좋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돈이 있어야’ 가족들과 누릴 수 있습니다. 현실 속에서 외벌이로 아이들 키우며 집대출 갚으며 어렵게 사는데 갑자기 근로시간을 단축이라니요”라며 청원을 올린 한 가장은 “저는 우리가족을 위해서라면 주100시간도 일할 수 있습니다. 현실이 이런 서민의 삶을 생각지 않고 그런 법을 시행하면 모자란 부분의 돈은 뭐로 채워주실 건가요? 한 가정의 미래를 위한 계획을 대통령께서 무너뜨리시는 건가요”라며 하소연 했다.
또 다른 근로자는 “줄어든 근무시간만큼 다른 곳에서 또 다른 일을 해야하는 이 상황이 나라에서 말하는 일자리 창출이고,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상황인지 모르겠습니다”고 지적했다.
어떤 이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해 저녁시간이 윤택해지는 건 소수 공무원이나 대기업직장인들 얘기이며, 나머지는 월 소득이 줄어들어 더욱 힘든 상황만 낳고 있습니다”고 토로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고용노동부 근로실태 조사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6년 우리나라 근로자 평균연봉은 3387만원이었다. 상위10% 근로자 평균연봉은 6521만원이었지만, 중간순위 근로자 연봉은 2623만원에 불과했다. 연봉에는 기본급여 외에 야간·연장·휴일근로와 상여금·성과급이 모두 포함돼 있다. 서울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서울 거주 4인 가구 한 달 평균 생활비는 465만원이다. 우리나라 근로자 60%는 3000만원 안팎의 연봉을 받으며 근근이 생활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근로단축이 어떤 의미인지 정부는 아는지. “가족을 위해 100시간도 일할 수 있다”는 한 가장의 애끊은 목소리를 외면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