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꽃씨 전보(김종순)

2018-06-21     경남일보
 



꽃씨 전보

아이들이 없는 놀이터
점령군 개망초의 횡포로
지칭개는 미끄럼틀 출입금지

이사 간 아이들에게
긴급 구호 요청


-김종순



아이들 웃음소리가 사라지고 있다. 어디로 갔는지 동네마다 놀이터가 텅 빈다. 재개발로 이사 간 탓도 있겠으나 왁자지껄 한바탕 뛰놀 놀이터보다 더 좋은 공간으로 와르르 몰려갔음이 분명하다. 틈새를 타 개망초가 점령했다는 표현이 재미있지 않은가. 잠시 쉬어가 보자.

개망초가 한국의 들꽃이 아니란 말이 있다. 우리나라에 철도가 처음 건설될 때 미국에서 수입한 침목에 씨앗이 묻어온 것으로 전해진다. 철도를 따라 흰색 꽃이 핀 것을 보고 일본이 조선을 망하게 하려고 이 꽃씨를 뿌렸다 하여 망국초(망초)라 불리다 이후, 보다 더 예쁜꽃이 핀 것을 보고 더 나쁜꽃이라 하여 개망초라 불렀다는 것이다. 그나저나 ‘화해’라는 꽃말 앞에서 바람을 기다려본다. 구호 요청이 성공하기를. 시와경계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