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더불어 한 생(김인애)

2018-07-05     경남일보
 
더불어 한 생

가시, 너도 함께 살구나
고맙다, 축축하고 쓸쓸한 곳
찔리며, 더 그윽한 향기일 수 있으니
-김인애(시인)


‘그리 아니하실지라도 감사하다’라는 고백의 목소리다. 희로애락의 감정을 수없이 느껴본 자만의 삶을 향해 뱉어내는 뜨거운 목소리다. 뒤돌아보니 ‘그래서 감사’하다는 말이다. 가시로 인하여 내가 더 향기로울 수 있었다는 것은 아무나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감사하다’라는 시인의 맑고 환한 심성이 참 담담하다.

일희일비하지 말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감정에 충실한 탓일까. 어제는 울고 오늘은 웃고 있으나 내일은 알 수 없으니 주어진 이 하루를 감사하다 보면 조금이나마 삶의 무게가 줄어들지 않을까 한다. 자목련 한 송이의 저 애틋함. 주위 환경을 보니 저 꽃 한 송이가 누군가에게 많은 위로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 더불어 한 생이다./시와경계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