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해로

2018-07-11     경남일보


이만하면 잘 살았소
서로의 굽은 어깨 토닥인다

훌훌 다 떠나보내고
비어버린 품속 허허로울까봐
눈치껏 안겨드는 빗방울들
-권현숙



부부가 끝까지 함께 하는 일이란 그리 쉬운 일 아니다. 서넛 아이들을 키워 출가할 때까지의 뒷바라지란,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는 말이 맞았다. ‘그저 아무 탈 없이 살아만 준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라는 어른들의 한숨 섞인 소리가 던져주는 의미를 이제야 알 것만 같은데, 끝도 없다. 그러니 ‘이만하면 잘 살았다’는 말이야말로 정말 잘 살았다는 말이 되는 것이다.



민들레가 홑씨를 다 날려 보내고서야 제 본분을 다한 양, 구부정해지는 어깨가 참 허허로운 영상이다. 하지만 이날에 당도하기까지 혼자가 아니라서, 함께여서 다행이다. 둘만이 남아 서로 얼굴을 보고 있으면 눈물이 날 것만 같은데, 마치 빗방울이 다독여주다니 말이다. 멀리 있는 자식들 부디 잘 안착해서 살아가도록 불어오는 바람에 두 손을 모으는 저이가 우리의 어머니 아버지 아니겠나.

/ 시와경계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