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中産層)

2018-07-19     정영효
우리 선조들이 생각했던 중산층 기준은 매우 순수했다. 조선 중기 학자 김정국은 중산층의 기준을 이렇게 정의했다. 두어 칸의 집과 논·밭, 두어 벌의 솜옷과 베옷, 서적 한 시렁, 거문고 한 벌, 햇볕 쬘 마루 하나, 차 달일 화로 하나, 봄 경치 함께 즐길 나귀 한 마리, 그리고 의리를 지키며, 도의를 어기지 않고, 주변 좋지 않은 상황 등에 바른 말을 하며 사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런데 지금 사람들이 생각하는 중산층 기준을 보면 너무 삭막·각박하다. 부채 없는 30평대 아파트에, 월급 500만원 이상을 벌고, 자동차 2000cc급 이상과 통장 잔고 1억 이상을 보유하며, 해외여행을 1년에 1회 이상 다닐 수 있는 계층을 중산층으로 생각하고 있다. 물질적 가치만을 최고로 치는 현대인의 일그러진 탐욕을 보는 것 같다.

▶반면 선진국의 중산층 기준은 우리와 너무 다르다. 영국은 페어플레이를 하고, 자신의 주장과 신념이 있으며, 독선적이지 않고, 약자를 두둔하고 강자에겐 맞서며, 불의·불법·불평 등에 의연하게 대처할 줄 알아야 중산층이라고 했다. 미국 역시 자신의 주장에 떳떳하고, 사회적 약자를 도우며, 부정과 불법에 맞서야 중산층이라고 했다.

▶선진국의 중산층 기준이 500년여의 세월을 거슬러 우리 선조의 생각과 똑같다. 돈에 종속되고, 물질의 탐욕에 빠져 몰(沒)인간화 되는 후손을 바라보는 선조들의 마음은 어떨까? 결코 편하지 않을 것 같다.
 
정영효(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