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까운 비보…다신 없어야

2018-07-24     경남일보
드루킹 일당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특검 수사를 받던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지난 23일 아파트에서 투신해 사망했다. 갑작스럽고 황망한 비보다.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평생을 군부독재 정권과 싸우며 진보 가치 확산에 애썼던 노 의원의 죽음은 많은 국민의 가슴을 헤집고 눈시울을 뜨겁게 한다. 진보정당 역사의 산 증인인 노 의원의 극단적 선택에 여야 정치권은 물론 국민 모두가 충격에 휩싸였다. 한국 정치에서 진보정당이 지금과 같은 대중적 지지를 받으며 뿌리를 내릴 수 있게 된 것은 노 의원의 공이 매우 컸다는 걸 부인할 수 없다.

한국 대표적인 진보정치 아이콘인 노 의원의 극단적 선택은 안타까움 속에서 참으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진보정치의 큰 별인 노 의원은 최근까지 TV토크쇼 등을 통해 촌철살인의 입담으로 복잡한 정치이슈를 속시원히 풀어주며 왕성하게 활동했다. 그래서 주변에선 황망하고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그는 번뜩이는 유머로 갈등을 웃음으로 승화해 냈다. 촌철살인의 언변으로 문제의 핵심을 꿰뚫어 대중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래서 노 의원이 사라진 상황은 더욱 낯설고 믿겨지질 않는다.

평소 노 의원의 깨끗한 정치적 이미지를 감안할 때 그가 짊어졌을 번민이 그대로 느껴지는 듯 하다. 노 의원의 비보를 계기로 무죄추정의 원칙에도 불구하고 혐의가 확정되기도 전에 일방으로 피의사실이 공표되어 사전에 인격살인을 당하게 되는 후진적 수사관행은 반드시 손봐야 한다. 그리고 정치 발전을 위해서라도 정치 신인들이 친구나 친척 등의 도움을 받아 활발한 정치활동을 할 수 있도록 문을 넓힐 필요가 있다. 대신 정치자금 사용처를 꼼꼼히 감시해 투명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노 의원이 숨지기 전에 남긴 마지막 메시지는 “12년간 투쟁해온 케이티엑스(KTX) 승무원 노동자들의 복직에 축하의 인사를 전한다”는 것이었다. 노 의원의 유서엔 “모든 허물은 제 탓이니, 국민들께서는 정의당을 계속 아껴달라”는 말이 담겼다. 이젠 한국정치사에서 충격적이고 안타까운 노 의원 같은 비보가 다신 없어야 한다. 노동운동과 진보정당 운동에 헌신해온 노 의원의 영면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