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 나누기

정승재(객원논설위원)

2018-07-26     경남일보
얼마전 국회 하반기 원구성이 마무리되었다. 상반기 또는 하반기라는 말은 상임위원회 위원 임기를 2년으로 못 박았기 때문에 생겨난 말이다. 국회법 제 40조가 그렇다. 같은 법 제 41조 4항은 위원장 임기를 상임위원과 같도록 하여 2년으로 규정했다. 훈시가 아닌, 실정법상의 효력규정이다.

▶그런데 무려 8개 상임위원회의 위원장을 2명씩 지정하여 2년의 임기를 쪼개 각각 1년으로, 심지어 임기 1년의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은 각각 6개월씩 쪼갰다. 누가 봐도 ‘꼼수’다. 이런 자리쪼개기가 불법은 아니라도 편법임은 틀림없다.

▶정치에 대한 비난, 질시가 됨은 자명하다. 이러다 특활비에다 국회의원회관과 별도로 본관에 드넓은 집무실이 따로 갖추어져 있는 상임위원장의 임기가 몇 개월 정도로 여러 명이 돌아가며 맡는 자리가 될지 염려스럽다. 전국의 지방의회 구성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좋은 것을 따라 하기는 어려워도 나쁜 것은 쉽게 배우기 마련이다.

▶좋은게 좋은 것으로, 감투를 늘리려는 정당의 편의에 따라, 경선 등 불편함의 회피를 위해 오용된다면 정치의 부정한 희화가 끊기지 않을 것이다. 1년, 또는 몇 개월에 불과한 자리로 전락되어 위원장이라는 정당한 권위도 떨어진다. 아무나 하는 그런 자리로 말이다. 이러한 퇴행이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이어지니, 정치가 또 욕을 먹는다.
 
정승재(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