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수와 함께하는 토박이말 나들이(3)

말미, 갈음옷, 모래톱

2018-07-22     경남일보
더위달 7월도 막바지로 가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더위와 멀어지려고 바다로 골짜기로 떠나는 때입니다. 흔히 말하는 ‘여름휴가철’입니다. 오늘은 여름휴가 때 알고 쓰면 좋을 토박이말 세 가지를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먼저 ‘휴가’와 비슷한 말에 ‘말미’라는 말이 있습니다. ‘바캉스’라는 말은 많이 들어 보셨을 테지만 ‘말미’라는 말은 다들 낯선 말일 것입니다. 말모이(사전)에 보면 ‘일정한 직업이나 일 따위에 매인 사람이 다른 일로 말미암아 얻는 겨를’이라고 풀이를 하고 있고 비슷한 말에 ‘여가’, ‘휴가’, ‘겨를’이 있다고 해 놓았습니다. ‘휴가’를 찾아봐도 ‘말미’가 비슷한 말이라고 해 놓았구요. 그런데 ‘말미’라는 말을 쓰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앞으로 ‘여름휴가’보다 ‘여름말미’를 쓰는 분들이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여름말미를 얻어 집을 나서는 사람들이 짐을 챙길 때 반드시 챙기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여벌’ 또는 ‘여벌옷’입니다. ‘여벌’이 말모이에 올라 있고 ‘여벌옷’은 말모이에 오르지 않은 말입니다. 그런데 ‘여벌옷’이라는 말을 더 많이 씁니다. 이 말을 깊이 생각하지 않고 많이 쓰기 때문에 이상하게 여기는 사람도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이 말을 뜯어보면 좀 얄궂은 말입니다. ‘여’는 ‘남을 여’이고 ‘벌’은 옷을 세는 하나치(단위)입니다. 그 뒤에 ‘옷’이 왜 붙었을까요? ‘여벌’이라고 하면 뜻을 얼른 알아차리기 어려우니 ‘옷’을 더해 그 뜻을 밝혀 주는 것이지요. ‘역전앞’, ‘외가집’이라고 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이 ‘여벌옷’을 뜻하는 토박이말로 ‘갈음옷’이 있습니다. 이 말은 ‘일한 뒤나 나들이 갈 때 갈아입는 옷’입니다. 이런 말을 어릴 때부터 알려 주고 쓰도록 해 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물놀이 가실 때 ‘여벌옷’ 말고 ‘갈음옷’을 챙겨가 주시기 바랍니다.

바다로 물놀이를 가시는 분들이 반드시 만나게 되는 것이 있습니다. 이곳에서 뛰어 놀기도 하고 찜질을 하기도 하지요. 바다에 가면 넓게 펼쳐진 이것을 사람들은 ‘모래사장’ 또는 ‘백사장’이라고도 하지요. 그런데 이 ‘모래사장’도 뜯어보면 뜻이 겹치는 말입니다. 앞에 있는 ‘모래’에 ‘모래밭’이라는 뜻의 ‘사장’이 더해져서 ‘모래모래밭’이란 뜻이 겹치는 말이 됩니다. ‘백사장’도 ‘흰 백’에 ‘모래밭’이라는 뜻의 ‘사장’이 붙어 ‘흰 모래밭’이라는 뜻인데 우리나라에는 ‘흰모래밭’ 보다는 ‘누런 모래밭’이 더 많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백사장’이 아니라 ‘황사장’인 것이죠.

이렇게 바닷가나 냇가에 넓게 펼쳐진 모래밭을 뜻하는 토박이말 ‘모래톱’이 있는데 이 말을 몰라서 못 쓰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입니다. 올여름 바다로 냇가로 놀러 가셔서 모래톱에서 한바탕 즐겁게 노시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