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장애인·노동자…노회찬

김지원기자

2018-07-31     김지원 기자
“12년간 투쟁해 온 케이티엑스(KTX) 승무원 노동자들의 복직에 축하의 인사를 전한다.” 지난달 23일 생을 마감한 노회찬 의원의 마지막 메시지다. 충격적인 비보에 언론은 온통 ‘진보의 별’이 졌다며 앞다투어 애도의 메시지를 전하고 노 의원이 걸어온 길을 되짚었다. 뒤늦은 상찬이었다.

노회찬의 정치는 소수자를 제외하고는 이야기 할 수 없다. 2004년 제17대 총선에서 민주노동당 비례대표 8번으로 국회에 입성했다. 진보 노동정당의 8번 비례대표가 국회뱃지를 달게 될 줄 누가 알았겠나. ‘판갈이론’으로 스타덤에 오른 것이 그 선거판이었다.

그해 9월 노회찬은 ‘호주제 폐지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남편이 죽으면 아들의 호적에 들어가야 하는 한심한 전통이 이 법안을 시작으로 2008년 폐지됐다. 대기업이 노조설립을 방해하며 노동자 10여명을 위치추적한 의혹과 검찰의 비호 논란으로 시작된 특검법 역시 노회찬의 발의였다. 이때의 X파일 검사 명단 공개 탓에 의원직을 박탈당하기도 했다.

2007년 장애인 차별금지법을 되살렸고, 2008년에는 차별금지법을 처음으로 대표발의했다. 재선된 2012년에는 하도급 거래 공정화법을 대표발의해 표준하도급 거래서가 처음 도입됐다. 20대 국회에 3선으로 돌아온 2016년 발의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정리해고 제한법’으로 국회 계류 중이다. 2017년에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을, 지난 5월에는 고령 노동자의 노동안전을 고려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토록 여성·장애인·노동자에 집착해 온 국회의원을 우리는 본 적이 없다. 그가 입법노동자로 일해온 시기는 10년에 지나지 않는다. 반올림의 투쟁도, KTX 승무원들의 복직 투쟁도 10년이 넘는다. 10년이면 강산은 몰라도 소수자의 목소리가 높고 높은 갑에게 도달하는 기간인 모양이다. 앞장서 나팔을 울려줄 메신저 하나를 덜컥 잃어버렸다. 남은 299명 중에 대체인력 하나쯤 있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