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아내

2018-08-01     경남일보
 
[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아내
벙어리 삼 년
눈 봉사 삼 년
귀머거리 삼 년 또 삼 년
평생 그대에게 꽂혀
날개를 접어 버린 내 이름은 아내
-박해경


‘벙어리 삼 년, 장님 삼 년, 귀머거리 삼 년’이란 속담이 있다. 고된 시집살이를 살아 내야만 했던 여인들의 절박했던 삶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말로 남존여비 사상이 팽배했던 시절의 이야기다. 또한 애지중지 키운 딸의 출가를 앞둔 친정어머니의 근심어린 계시록 같은 말씀이기도 하다.

여닫이 경계에 무쇠나비 경첩이 고정되어 있다. 박제된 듯 녹슨 저 나비도 애초 날개를 다는 순간, 창공을 향해 날갯짓을 꿈꾸어 왔을 터. 녹 슨 줄도 모른 체 견딘 세월 속, 뒤늦게야 발견한 자신의 모습에서 체념을 하는 순간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쩌겠나. 놓치면 평생 후회할 그 사내에게 일생을 걸어버렸으니, 미련도 후회도 없이 남은 생을 함께 가야 하지 않겠나. 아내의 어원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집안의 태양’이라는 문장에 밑줄을 그어본다./ 시와경계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