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

정승재(객원논설위원)

2018-08-08     경남일보
열을 알고 하나를 말할 때와 하나를 알고 그것을 언급할 때, 표정과 태도가 달라진다. 내공의 정도에서 자신감의 차이가 난다. 노회찬, 그는 늘 자신에 찼다. 2004년,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이 되기 전에도 곧은 결기에 용맹을 떨쳤다. 복잡하고 난해한 이슈를 쉽고 명료한 표현으로 공감을 끌어냈다. 사람의 살가운 정분으로, 또 때로는 예리한 필설로 응수했다.

▶사회적 약자에 관대했고, 권력에는 자신을 돌보지 않은 기개가 창창했다. 서민의 고달픔을 같이 아파했다. 정의로왔다. 요란한 경구의 말장난을 경계했고 비겁함을 멀리했다. 인간으로써의 풍자와 위트도 넉넉했다.

▶살벌함과 삭막함이 가득한 정계의 풍랑을 헤친 지혜가 탁출했다. 몸담은 진보세력을 넘어 정치권의 보배라 할 만 했다. 그가 자살했다. 진영을 불문하고 참 안타까운 일이다.

▶친구에게 받은 돈에 대한 죄 의식이 별로 없었을 수 있다. 길가다 불가피하게 침 한번 안 뱉은 사람있겠냐만, 적발되면 경범죄처벌범이 된다. 목숨을 끊기 직전에 “부정한 돈을 받지 않았다”는 극구 부인이 없었다면, 3선 의원을 만들어 준 경남창원 선거구민에 대한 한 줄이라도 유언이 있었다면 추모의 내실이 더 아름답고 선연했을 것 같다. 명복을 바란다.
 
정승재(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