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메시지(김인애 시인)

2018-08-05     경남일보
 

 

어느 볕 좋은 날

어머니가 보내주신
신 모르스 부호
사랑한다, 내 딸아
-김인애(시인)


(--· · ···- · -·-). 옛 통신수단인 모르스 부호로 번안한 ‘사랑’이라는 부호다. 통신수단의 변천을 살펴보면 모르스부호→유무선 전보→테렉스와 케이블→유무선전화→삐삐→핸드폰→인공위성통신→인터넷사이트와 인터넷메일 등, 참으로 격세감을 느끼게 된다.

볕 좋은 날, 어머니가 보내주신 호박고지를 널어 말린다. 긴 점 짧은 점을 이어붙인 모르스 부호의 ‘사랑’이란 글자 같다. 결혼해서 가정을 꾸려나가는 딸에게 바라는 어머니의 마음이 가득하다. ‘이 애미는 걱정 말거라, 어쩌든지 아프지 말고, 애들 잘 키우고, 행복하게 살거라.’ 겉살 속살 모조리 오려내는 동안 당신이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알 것 같다. 하루가 다르게 말라가는 어머니의 저 말씀, 한겨울에 눈물 머금고 곱씹을 저 말씀. 온통 사랑의 말씀인 것을 우리는 왜 이렇게 매번 뒤늦게 아는 걸까./ 시와경계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