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수와 함께하는 토박이말 나들이(4)

들살이, 여울, 여울놀이

2018-08-09     경남일보
더위달 7월이 가고 새로운 달 8월이 되었습니다. 아직 더위가 우리를 힘들게 하지만 지난 7일이 바로 가을로 들어선다는 ‘들가을’ ‘입추’였습니다. ‘들가을’이 있는 달이라고 8월을 ‘들가을달’이라고 한답니다. 이렇게 철이 바뀌는 것을 느낄 수 있는 달이름을 많은 분들이 같이 써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여름말미(휴가) 때 여러분들이 하셨거나 보셨을 토박이말 몇 가지를 알려드립니다.

말미를 얻어 집을 나서면 무엇보다 잠을 잘 곳을 마련해야 합니다. 집을 빌려 잘 수도 있고 밖에서 잘 수도 있지요. 그런데 집이 아닌 밖에서 잠을 자는 것을 제가 어릴 때만 해도 ‘야영’이라고 했는데 요즘은 ‘캠핑’이라는 말을 더 많이 씁니다. ‘야영’, ‘캠핑’과 뜻이 같은 토박이말이 있는데 듣거나 보신 적이 있을까요?

야영, ‘캠핑’과 뜻이 같은 토박이말에 ‘들살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말 그대로 ‘들에서 산다’는 뜻입니다. 말모이 사전을 찾아 봐도 ‘야영’과 같은 말이라고 해 놓았는데 쓰는 분들이 많지 않습니다. 앞으로는 쓰는 분들이 많아지길 바랍니다.

물놀이를 하러 가면 바다든 내든 물이 조금 세차게 흐르는 곳을 만나거나 그런 곳에서 놀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런 곳을 보거나 그런 곳에서 놀면서도 그곳 이름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내나 바다의 바닥이 얕거나 폭이 좁아 물살이 세게 흐르는 곳’을 토박이말로 ‘여울’이라고 합니다. 물결이 더 세차게 흐르는 여울은 ‘된여울’이고 물살이 쏜살같이 빠르게 흐르는 여울은 ‘살여울’이지요. 이 ‘여울’이라는 말을 알면 이 말이 들어간 다른 말의 뜻도 알 수 있고 이 말을 바탕으로 새로운 말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여울’이 들어있는 말 가운데 ‘여울놀이’가 있습니다. 여울에서 낚시를 하면서 즐기는 놀이는 ‘여울놀이’라고 합니다. 많은 분들이 ‘여울’에 가서 ‘여울’을 보고도 ‘여울’이라 하지 못하고 여울에서 놀면서도 ‘여울놀이’라는 말을 쓰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오늘 이야기를 들으신 분들이 앞으로 많이 그리고 자주 써 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한 가지 덤으로 말씀을 드리면 우리가 서울을 오갈 때 자주 들러 쉬는 쉼터 가운데 ‘신탄진’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곳에서 쉬어 가는 많은 분들 가운데 이곳이 ‘여울’과 아랑곳한 이름이라는 것을 아는 분이 얼마나 될까요? 이곳은 갑천과 금강이 만나는 곳인데 큰물이 져서 갑천의 물줄기가 바뀌면서 새로 만들어진 여울목이라 해서 ‘새여울’이라고 했고 여기에 나루터가 만들어지면서 이를 한자로 풀이해 ‘새 신’, ‘여울 탄’, ‘나루 진’ 이렇게 ‘신탄진(新灘津)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