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2차 출석…강남역 또 아수라장

"댓글조작 의심 안했나” 질문에 절레절레 고개 저어

2018-08-09     김응삼 기자
9일 허익범 특별검사팀에 다시 소환된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출석 통보시간 5분 전 흰색 승용차를 타고 특검이 위치한 서울 강남역 골목에 등장했다.

골목 초입에서 하차한 그는 건물 앞에 설치된 포토라인까지 약 30초가량을 성큼성큼 걷기 시작했다. 김 지사는 동선 양쪽에서 그를 기다리던 지지자들과 시위대를 향해 팔을 쭉 뻗어 손을 흔들거나 불끈 쥔 주먹을 내보였다. 김 지사의 뒤로는 변호인단과 경찰 인력이 우르르 따라붙었다. 유력 정치인의 선거유세 현장을 연상케 하는 장면이었다.

그러나 포토라인에서 선 김 지사는 특검을 향해 1차 소환 때보다 더 ‘가시가 돋친’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본질을 벗어난 조사가 더는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 이제는 충실히 조사에 협조한 만큼 하루속히 경남 도정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주시기 바란다”며 특검이 자신을 불필요하게 거듭 소환한 게 아니냐는 뉘앙스로 말했다.

또 “다시 한 번 특검에도 정치 특검이 아니라 진실을 밝히는 진실 특검이 돼주시기를 마지막으로 당부드린다”고 언급했다. ‘정치 특검’은 이번 수사에 정치적 의도가 섞인 게 아니냐는 김 지사의 의구심을 담은 표현이라는 해석을 낳았다.

지난 출석 당시 포토라인에 머물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았던 김 지사는 이날 첫 질문을 듣자마자 “가면서 말씀하시죠”라며 발걸음을 신속히 옮겼다.

김 지사는 “드루킹이 댓글조작을 한다는 의심도 해 본 적은 없느냐”는 질문에는 말 없이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특검 건물로 들어갔다.

법조계에서는 특검의 수사 기간이 이제 15일 남짓밖에 남지 않은 점, 특검이 재청구했던 드루킹 최측근 도모 변호사의 영장이 또다시 기각되며 수사 동력이 떨어진 점 등을 고려해 김 지사 측이 이날 조사에는 좀 더 공세적인 태도로 임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날 특검 사무실이 위치한 강남역 인근은 이른 시간부터 ‘아수라장’이 연출됐다. 지난번 소환 당시 장미꽃을 김 지사 앞쪽으로 던졌던 지지자들은 이날 노란 바람개비를 들고 경찰 제지선 뒤에서 응원 구호를 외쳤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갖고 온 보수 단체들이 이에 확성기를 동원한 맞불을 놓으면서 질서 유지를 위해 투입된 경찰 500명 가량이 진땀을 뺐다.

김응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