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강홍의 경일시단] 길. 1 (제민숙 시인)

2018-08-12     경남일보
길. 1 (제민숙 시인)


가다가 돌아보면 터널처럼 지나온 길
좋은 날 싫은 날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맨발로
줄지어 서서
차례를 기다린다

물기 젖어 허물어진 생의 가장자리에
조심스레 풀어놓은 부르튼 시간 위로

하얗게
놓친 꿈들이
대기표를 쥐고 섰다

 



길은 선택 이었다. 허공의 새처럼 가는 곳이 길이 되기도 했고 산양처럼 벼랑 끝에서의 걸음도 스스로의 판단이었다. 매복한 허방에 신은 늘 은총을 망설였으며 우리의 사다리는 위태하였다. 경험은 지혜로 진화되었고 부피로 쌓은 생의 체적에 안도는 감사를 대신한 언어였다, 또 어떤 차례가 나의 발바닥을 기다릴 것인가. 바람보다 가벼운 지난 꿈들을 되새겨본다. (주강홍 진주예총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