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탕’ 바다, 적조도 도망갔다

기록적 폭염, 고수온 피해 증가

2018-08-15     허평세 기자
기록적인 폭염에 유해성 적조마저 기를 못 펴고 있지만 고수온 피해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13일 오후 남해군 미조면 마안도~경남 거제시 지심도 해역의 적조주의보를 해제한 데 이어 14일 오후에는 남해군 마안도~전남 고흥군 염포 해역을 항공 예찰한 결과 적조생물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7월 24일 해당 해역에 주의보가 내려진 지 20일 만에 사실상 적조가 모두 사라졌다. 수산과학원은 자체 조사와 지자체 예찰 결과 지난 9일 이후 적조 생물이 전혀 발견되지 않아 당분간 적조가 다시 발생할 가능성이 적다고 보고있다.
올해 적조는 발생 초기에는 소규모 띠를 이뤄 확산하는 양상을 보였으나 7월 하순부터 시작된 폭염 여파로 대량 증식을 하지 못했다. 현재까지 발생한 양식어류 피해는 경남 통영의 가두리양식장 2곳에서 말쥐치 2만5000여 마리가 폐사하는 데 그쳤다.

올해 적조가 맥을 추지 못하는 것은 고수온 영향이 가장 큰 것으로 분석된다. 원인생물인 코클로디니움은 23~27도의 수온에서 영양염류 등 환경이 맞으면 가장 왕성하게 증식한다. 하지만 7월 중순부터 이어진 폭염으로 남해안 수온은 27.9~28.7도까지 치솟았다. 코클로디니움에게 적합한 수온보다 2~3도나 높다. 장마가 일찍 끝나 육지의 영양염류 유입이 적은 것도 코클로디니움의 증식을 가로막았다.

앞으로 태풍과 강우로 폭염 기세가 꺾여 수온이 떨어지고 육지에서 다량의 영양염류가 공급되는 등 환경이 바뀌면 적조가 다시 발생할 가능성은 있다. 1996년, 2009년, 2010년에는 가을에 접어든 9월이나 10월에 적조가 발생해 상당한 피해를 낸 바 있다.

적조가 사실상 소멸단계에 접어든 것과 대조적으로 폭염으로 인한 고수온 피해는 확산되고 있다.

실제 낮 최고기온이 35도를 기록한 통영지역 가두리양식장에는 연일 수천마리의 양식어류가 폐사했다. 일부 양식장에는 고온을 견디지 못해 폐사한 물고기 수십 마리가 물 위로 둥둥 떠다니고 있다.

어민들은 “하루에 4000∼5000 마리씩 물고기가 죽어가고 있다”며 “올 여름 수온이 최고 29도까지 올라가면서 폐사가 계속되고 있지만 바다수온이 높아지며 발생한 문제라 이를 막을 뾰족한 수가 없다”고 했다.

보통 수온이 28도 이상 올라가면 용존산소량(DO)이 떨어져 물고기가 숨을 쉬지 못해 폐사하기 쉽다.

이윤수 통영해수어류양식회 회장은 “폐사한 물고기는 썩어서 팔지도 못하고 모두 비료로 쓰이는데 이마저도 의심하는 사람들이 많아 고민”이라며 “시중에 유통되는 물고기는 모두 싱싱하고 폐사와 관계없다는 사실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경남도에 따르면 현재까지 도내 89곳에서 말쥐치, 돌돔 등 양식어류 114만6900여 마리가 높은 수온 때문에 폐사했다. 피해 금액은 약 13억4400만원이며 특히 통영(54만 마리, 53곳)과 거제(28만8000 마리, 9곳)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허평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