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와 지식

전찬열(한국폴리텍대학 항공캠퍼스 학장)

2018-08-16     경남일보

논어 위정편에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알지 못하는 것을 알지 못한다고 하는 이것이 아는 것이다(知之爲知之不知爲不知是知也)라는 말이 있다. 또한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는 말은 인간은 자신이 무지(無知)하다는 것을 지각하는데서 아는 것이 시작된다고 보았다.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이 실제로 아는 것보다 더 많이 안다는 ‘지식의 착각’ 속에 산다. 매일 쓰는 변기와 스위치의 작동 원리를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그러면서도 변기와 스위치를 ‘안다고’ 믿는다. 손잡이를 내리면 변기 물이 내려가고, 스위치를 누르면 전등에 불이 켜지기 때문이다.

세 가지 질문을 던진다고 가정해 보자. 첫째, 1부터 7까지 점수를 기준으로 당신은 변기가 작동하는 방식을 얼마나 아는가? 둘째, 변기가 작동하는 과정을 최대한 자세히 기술하라. 셋째, 이제 1부터 7까지 점수를 기준으로 변기가 작동하는 방식을 얼마나 아는지 평가하라. 첫 번째 질문에서 자신이 많이 안다고 평가했던 사람도 두 번째 질문에서 답을 제대로 못하게 되어 세 번째 질문에서는 점수를 낮추게 된다.

인간이 안다고 하는 것은 지식의 착각과 지식의 저주에 기인한다. 지식의 착각에 빠지면 남들 머리에 있는 지식이 내 머리에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을 보인다. 주위에서 주워들은 지식으로 자기가 전문가인양 행세하게 된다. 지식의 저주에 걸리면 내 머리에 든 지식이 남들 머리에도 들었다고 생각하는 경향을 보인다. 내가 아는 지식을 남들도 당연히 알아야 된다는 식으로 행동하게 된다. 지식의 착각이든 지식의 저주이든 둘 다 불완전한 지식에 불과하다.

우리는 자신이 무지하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늘 자신의 의견이 옳다고 주장한다. 그러니 정치적 입장도 인과적 추론이 아니라 직관과 감정에서 나올 뿐이다. 토론을 아무리 많이 해도 정치적 입장이 바뀌지 않는 이유다. 그저 자신의 가치관을 따른 것뿐이다.

인간이 무지하고 개인의 지식이 보잘 것 없다 하더라도 우리는 대체로 큰 문제없이 살아간다. 모두 우리가 ‘지식 공동체’ 안에서 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지식 공동체의 유산이 대를 이어 발전하며 인류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끈다. 반대로 허술하게 엮인 불량한 지식 공동체는 사람들을 잘못된 결론에 이르도록 부추긴다. 운전을 잘한다고 과신하다 사고가 나듯이 안다고 자만하지 말고 겸손해야 된다.

 

전찬열(한국폴리텍대학 항공캠퍼스 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