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상은 ‘배달’, 벌초는 ‘대행’ 시대

이수기(논설고문)

2018-08-16     경남일보
추석을 앞두고 조상의 묘에 자란 잡초를 깎는 벌초는 오랜 세월 아주 중요하게 여겨져 온 세시풍속이다. 하지만 갈수록 돈을 내고 대행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벌초 대행은 이농, 농촌사회 고령화 등에 따라 조상 묘를 관리하기 어려워지면서 대중화되고 있다. 벌초를 하다 예초기 사고, 벌·진드기 등의 위험으로 산림조합, 농협 등에 대행이 늘고 있다.

▶과거는 일가들의 집성촌에다 보통 3대 이상이 함께 사는 대가족인 경우가 많았으므로 벌초를 하는 것 자체는 크게 문제될 것이 없었다. 현재는 핵가족화로 가까운 친척도 드물고, 멀리 외국에 거주하는 후손들도 많아 직접 벌초를 하기에 부담스러운 상황이 되었다.

▶대행 서비스가 명절 전통을 변질시킨다는 논란이 있지만, 변화가 시작됐음은 분명하다. 스마트폰의 사진기능이 발달, 벌초를 마친 묘소 현장을 촬영, 의뢰자에게 즉시 확인도 해주고 있다.

▶과거 “벌초를 안하는 후손은 자식으로 안 친다”말도 있었지만 시대의 변화로 대행의 바람은 차례상에도 불고 있다. 전국 수많은 며느리와 딸들이 즐거워야 할 명절증후군을 유발했던 차례 음식 준비가 전문 업체의 손에 맡겨지고 있다. 차례상은 ‘전문업체의 배달’로, 벌초는 ‘대행’ 시대가되고 있다. 형식은 변하더라도 조상을 기리는 효, 마음, 정성, 그 본질만은 변하지 않아야한다.
 
이수기(논설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