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동맥경화

2018-08-22     경남일보
 


나뭇가지에 집을 지은 까마귀 둥지처럼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근심이 커지는 날

아무리 곰곰이 생각해도 풀리지 않는 문제

작은 실핏줄 하나 터지듯 머리가 아찔하다

- 박동환



겨울 길목의 풍경이다. 고목의 잎 떨군 모습이 인체 혈관처럼 보인다. 또한 뉘엿 지는 햇살이 마치 내시경 카메라를 연상케 한다. 시인은 우듬지에 튼 둥지를 생의 문제덩이인 동맥경화증으로 보는 것이다. 혈관 내벽에 쌓인 콜레스테롤이 혈류 장애를 일으키는 질환으로 현대인에게 흔히 나타나는 만성질환 중 하나이지 않은가.



세상만사가 물 흐르듯 한다면 무슨 걱정일까만 인류 역사가 여기까지 오는 동안 근심 없이 지나온 날이 몇 날이나 될까. 이정표도 격려도 없는 광야 같다. 눈만 뜨면 펼쳐져 있는 문제를 안고 끝없는 혼돈 가운데 한 세상 건너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문제 있는 곳에 해답은 분명 있으니 하나하나 풀어가며 살아보자는 것이다./시와경계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