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그리고 인생, 그 아름다움

정효영(하동 문해교육 교사)

2018-08-28     경남일보

조용히 비가 내린다. 거실에 앉아 집 앞 논에 떨어지는 빗방울을 보고 있는데, 물방울들이 보석처럼 아름답게 보인다.

백로가 두 마리 앉아 먹이를 찾아 먹고 있다. 아마도 미꾸라지나 논우렁이를 잡아먹는 것 같았다. 논에 이는 잔잔한 물결, 흐린 날씨에도 물비늘이 반짝이는 모습이 아름답다. 자연의 아름다움이란 흉내 낼 수 없다. 거실에 앉아 자연의 아름다움을 즐기고 느낄 수 있는 집이 있어 좋다.

혜련이는 이 집에서 그림을 곧잘 그린다. 노을과 구름이 어우러질 때면 창문으로 바짝 올라가서 사진도 찍는다.

문득 우리 집은 아름답기도 하지만 아이들의 정서발달에 도움을 주는 집이라는 생각이 든다. 혜련이는 집 외 다른 곳을 가고 싶어 하지 않는다. 우리 집이 제일 좋다고 말한다. 어른들이야 사시사철 싹이 트고 꽃이 피며 낙엽 지는 모습을 만끽할 수 있어 그렇다고 쳐도 아이들이 집이 좋다고 느끼는 건 아마도 가족과 함께 정든 집에서 어울려 산다는 그 자체가 좋기 때문일 것이다.

TV에서 인간극장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있다. 90세 할아버지와 87세 할머니의 일상이다. 과장도 없고 미화도 없는 노부부의 일상이 잔잔한 음악과 함께 흘러나온다.

할아버지는 농사를 짓는다. 몸을 마음대로 쓰지 못하고 누워 있는 할머니를 간호한다. 그럼에도 할머니가 곁에 있어 행복하다며 둘이 잠자듯 한 날 한 시에 이 세상을 떠나는게 소원이라고 말한다. 저승에 가서도 둘이서 행복하자고 말한다.

할머니는 70년 동안 같이 살면서 고생했다고 할아버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화답한다. 그 말에 할아버지의 눈시울이 붉어진다.

부부로 만나 70년 동안 한 번도 싫은 적이 없었다고 말한다. 이 세상 그 어느 부부에게서 이런 말을 들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할아버지의 7남매도 모두 효성이 지극한 어른으로 성장했다. 이들은 부모님을 닮고 싶다고 말했다.

할아버지의 근면 성실함과 할머니를 향한 변함없는 사랑이 노부부의 노년을 아름답게 장식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장면에서 모든 부부들의 귀감이 되는 노부부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눈물이 저절로 나왔다. 감동이 밀려왔다. 인생, 아름다운 모습으로 늙어가는 법을 자연과 노부부의 모습에서 배운다.

 

정효영(하동 문해교육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