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작은 박물관 관심과 지원으로 되살려야

이용호(사천시 향촌동)

2018-08-22     경남일보
진삼국도 옛길을 따라 신복마을 어귀를 지나다 보면 박물관을 알리는 작은 안내간판 하나가 스치듯 눈에 걸린다. 생소한 이름만큼 좁다란 마을 어귀를 지나 대숲바람 터널을 건너면 퇴색한 집 한 채가 고향 같은 온기로 맞아준다. 박물관이라고 부르기엔 빈약하지만 낡은 유리창 너머로 언뜻언뜻 손짓하는 징표들이 이곳의 시간을 암시해 준다. 박연묵 교육박물관이다.

이 박물관은 전직 교사였던 박연묵 선생이 교직에 근무하면서 사용했던 각종 교육 기자재와 농기구는 물론 소소한 생활용품까지 다양한 옛 자료들을 모아 둔 곳이다. 더불어 마당 곳곳에는 온갖 식물과 꽃들로 작은 동산을 만들어 놓아 마치 테마 공원을 연상케 한다.

본체를 중심으로 서너 개의 낡은 건물에는 교사시절 각종 자료들과 전과, 교과서는 물론 통지표, 졸업사진, 풍금 등 귀중한 교육 자료들이 즐비하다. 교직을 천직으로 삼아 제자사랑이 남달랐던 선생의 일생이 숭고하게 살아있다. 뿐만 아니라 각종 옛 농기구들과 재봉틀, 책걸상 등 소소한 일상품들까지 구비해 놓아 추억과 옛 서정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그럼에도 이 박물관은 입장료가 없다. 무엇보다 체계적인 관리부재로 소중한 자산들이 방치되고 있어 더욱 안타깝다. 건물의 노후도 문제거니와 자료들을 배분하고 전시하는 인력도 없다. 근자에 진주교대 등 관련기관에서 특별전시회를 열고 무상임대를 통해 체험교육장으로 활용하는 등 지원과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니 다행이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부족한 상태다. 선생 개인의 재산으로만 방치하기엔 너무 아까운 자료들이다.

이런 사례는 비단 이곳만이 아닐 것이다. 개인이 감당하지 못하는 귀한 자료들이 빛을 보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는 것은 사회적 손해다. 이런 영세박물관에 대한 지자체와 사회적 관심이 제고되어야 한다. 교육적 활용은 물론 추억을 선물해 주는 아름다운 작은 박물관들이 다시 살아나길 소망해본다.


이용호(사천시 향촌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