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 내일로 가는 마차

문형준(진주동명고등학교 교장)

2018-08-30     경남일보
지난 8월 17일 교육부는 ‘2022학년도 대학입학제도 개편방안 및 고교교육 혁신방향’이란 정책 보고서를 발표했다. 긴 제목의 보고서는 제목에서 보듯이 크게 대입제도 개편과 고교교육 혁신방향을 담고 있는데, 대입제도 개편에서는 대입전형 구조와 수능체제 개편, 학생부종합전형 공정성 제고와 대학별고사 개선안이 담겨있다. 또한 고교교육 혁신방향에서 제시된 고교학점제 도입 및 내신 성취평가제 개선과 고교체제 개편안 또한 일각에서 평가한 것처럼 가히 누더기라 할만하다.

이런 장기적인 교육 정책은 미래 인재 육성에 초점을 맞추어야 하고, 특히 4차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정책이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미래’에 대한 내용은 수사적 문구 외엔 찾아볼 수가 없었다. 특히 ‘대입제도 개편 국가교육회의의 권고안’에서 제시한 수능위주전형 확대 등은 과거로 회귀한 것 같아 더 씁쓸하다.

우리 인간의 삶에서 과거나 미래를 완전히 분리할 수는 없다. 온고지신이나 법고창신이란 말에서 보듯이 과거를 바탕으로 미래를 열어가야 할 것이지만, 과거를 무조건적 적폐로 예단하는 것은 결코 옳지 않음을 윈스턴 처칠이 잘 보여 주었다. 1940년 5월 13일, 전시 상황의 신임 총리로서 의회에서 행한 최초의 연설에서 “나에게는 피와 수고, 눈물과 땀 이외에는 내놓을 것이 아무 것도 없습니다”라고 역설(力說)하여 의원 전원일치의 신임을 얻었던 그는 전임 체임벌린 정부시절 잘못을 따질 조사위원회 구성을 요구하는 의원들에게 “만일 현재가 과거를 법정에 세운다면 미래는 없을 것이다”라 면서 단호히 거절했다. 그 후 그의 업적은 역사가 증명한다.

30여 년 전 가수 이재성도 ‘내일로 가는 마차’란 노래에서 “참을 수 없는 슬픔이 다가와, 너의 두 볼을 적시거든 눈을 감고, 내일로 가자, 친구야. ~ 내일로 가는 마차를, 타고 가자, 타고 떠나자”고 했다. 과거의 절망이나 현재의 슬픔을 딛고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자는 메시지다. 노래하는 가수도 이런데 작금의 우리 사회는 내일이나 미래는커녕 과거에만 너무 집착하고 있다. 그래서 계절의 변화를 실감하는 오늘, 영화 ‘친구’의 대사 하나를 떠올린다. “고마해라 마이 무따 아이가.”
 
문형준(진주동명고등학교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