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 구월

정재모(전 경남도보 편집실장)

2018-09-02     경남일보

바야흐로 코스모스 꽃이 춤을 추기 시작했다. 꽃잎이 파란 하늘 아래 선명하다. 빨강 보라 하양 진분홍 연분홍….

요즘 지인들이 보내오는 동영상의 대세도 코스모스다. ‘코스모스 한들한들 피어 있는 길~♬’ 코스모스 길을 걷다 보면 저도 모르게 코스모스 노래를 흥얼대고 있다.

초여름부터 눈에 더러 띄지만 누가 뭐래도 코스모스는 구월의 꽃이다. 완행열차 멈춰 서던 간이역 철로변에 코스모스가 한바탕 춤 잔치를 벌일 즈음에야 비로소 오는 게 구월 아닌가.

코스모스 꽃을 아부시고 마침내 구월이 왔다. 지난여름 더위와 싸운 이들에게 가을이 자비처럼 다가온 거다. 태풍과 호우를 겪게 한 데 대해 미안한 하늘이 보낸 위안이며 보상일 게다. 이 반가운 계절 들머리에 시방 코스모스가 지천이다.

건들마에 나울거리는 꽃밭을 한번 그윽이 관조할 일이다. 은하처럼 꽃 자욱한 밭을 보고 있노라면 꽃 이름이 참 그럴듯하다. 코스모스(cosmos)는 본디 ‘질서 있는 시스템으로서의 우주’라는 뜻이라고 한다.

한발 물러서서 바라보는 코스모스 군락은 마치 정원사의 가위가 스친 것처럼 키가 고르다. 제멋대로들 간들거리는 품새 또한 조화롭다. 분방해서 아름답고 가지런해서 더 예쁜 꽃. 미국 물리학자 칼 세이건이 저서 ‘코스모스’에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게 한 치 오차 없는 우주의 질서’라고 한 말을 새삼 떠올리게 하는 꽃이다.

코스모스는 신이 만든 꽃 중에서 가장 먼젓것이라고 한다. 백화의 맏이라는 얘기다. 처음 이리저리 빚어대다 보니 종류도 많고 색상도 다양해진 것이라는 풀이도 재치 있다.

꽃말은 순정, 순우리말로는 ‘살사리꽃’이다. 가벼운 바람결에 더 가볍게 살랑대는 자태에서 얻은 이름이리라. 깃털처럼 가벼운 꽃잎에서 문득 또 한번의 여름을 넘기며 가벼워져 버린 사람의 몸뚱이를 생각한다.

‘인간은 누구나/(…중략) …가벼워지는 법이다./ 그리하여 그 가벼운 만큼 가벼이/ 가볍게 가을로 떠나는 법이다.// 기억을 주는 사람아/ 기억을 주는 사람아/ 여름으로 긴 생명을 이어주는 사람아// 바람결처럼 물결처럼/ 여름을 감도는 사람아/ 세상사 떠나는 거/ 비치파라솔은 접히고 가을은 온다.’-구월 조병화-

코스모스 현란한 하늘이 높아 간다. 전국적 명성의 하동 북천 코스모스 메밀꽃축제가 올해는 언제일까. 지금쯤 하마 흐무러지게 피었겠지. 아, 질서의 꽃, 무리가 조화롭게 춤추는 코스모스 꽃 바다에 풍덩 몸 던지고 싶은 구월이 열렸다!

 

정재모(전 경남도보 편집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