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올드 보이들의 각축전

이수기(논설고문)

2018-09-04     경남일보
1t이 넘는 황소가 서로 뿔을 맞대고 힘겨루기 하는 소싸움 각축장(角逐場)의 승부전(勝負戰)을 ‘각축전(角逐戰)’이라 한다. “따닥, 딱” 황소싸움에서 각축을 벌일 때 나는 그 소리는 자갈이 부딪치는 소리 같기도 하고 다듬이 방망이를 두드리는 소리 같기도 하다.

▶정동영 평화당, 이해찬 민주당,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오랜 정치 경험의 소유자라는 공통점이 있다. 시작된 정기국회는 이 민주당 대표와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 손 바른미래당 대표, 정 민주평화당 대표 등 돌아온 올드 보이들이 이끄는 첫 정치 시험대다.

▶신진·후배 정치세력들이 올드 보이들을 대체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참신한 인물을 발굴, 키우는 데 인색한 우리의 정치 풍토 탓도 크다. 신진·후배들이 기득권의 높은 벽을 깨뜨릴 비전과 능력을 보여주지 못한 이유도 있다.

▶힘겨루기 끝에 지친 소가 혀를 쭉 내뽑고 도망 갈 때까지 소싸움의 무승부는 없다. 뿔걸이, 뿔치기 등 길고 날카로운 뿔에 찔리고 찌르는 소머리가 부딪쳤을 때 둔탁한 소리가 나지만 어느 한쪽의 황소는 피를 흘리는 등 엄청난 고통을 당한다. 돌아온 올드 보이들이 원숙한 협상력을 보이지 못하는 ‘구시대 회귀’의 각축전만 벌이면 소싸움처럼 뿔도 빠질 수 있다.
 
이수기(논설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