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전쟁에서 살아남은 국산장미

독일·일본업체 잇단 로열티 요구에 경남농업기술원 개발·보급 성공

2018-08-26     박성민
지난 1997년 국제적 장미 육종회사 독일 ‘코르데스’사가 국내 장미재배면적의 65%에 달하는 자사 전 품종에 대해 지적재산권 행사를 강행했다.

장미 품종명에 대한 상표사용료로 장미 한 송이 당 1달러씩을 요구했다.

그러나 화훼협회를 비롯한 국내 화훼농가들은 1997년 국내에 상표등록 한 11개품종의 외래어 이름을 우리말로 개명, 상표사용료 지불을 거절했다. 결국 코르데스사는 자사의 상표권이 적용되는 장미 12개 품종에 대해 로열티 지급을 면제하는 대신 4개 품종에는 그루당 0.5∼1달러를 생산농가가 지불하기로 합의했다. 이 합의에 따라 국내 일부 장미생산농가는 코로사의 현장실사를 허가, 재배면적 확인 등을 통해 로열티 계약을 체결하기로 했다. 그러나 일부는 이를 거부하면서 코르데스사를 상대로 특허심판원에 장미상표권 무효청구소송을 통해 오랜 법정 다툼을 이어갔다.

또 일본 경성장미원은 국내에서 생산해 일본에 수출하고 있는 자국 품종들에 대해 송이 당 5∼6원의 로열티를 요구했다. 이에 농수산물유통공사가 지급보증을 하고 장미생산농가는 장미를 수출할 때 로열티에 해당하는 일정액을 농수산물유통공사에 지불키로 합의했다. 이처럼 국내 장미농가들은 제대로된 국산품종이 없어 외국회사에 로열티를 지불하는 등 세계 장미시장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한국산 장미 개발의 필요성이 대두된 것이다.

경남도농업기술원은 지난 2002년부터 화훼연구소를 중심으로 10년 동안 두 차례에 걸쳐 화훼산업육성 5개년 사업을 펼친다. 국산 화훼 품종 개발을 위한 육종기반을 구축하고 해외전문가 초청을 통한 장미 육종기술을 꾸준히 습득해 나갔다.

그 결과 국산장미 국내 시장 점유율은 29%에 이르렀다. 사업의 성공으로 장미와 거베라, 국화 등 다수의 국산화훼 품종 등록을 추진하는 등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또 순수한 로열티만 연간 최소 3000억 이상인 세계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안동춘 경남도농업기술원 화훼연구소 육종팀장은 “세계 장미시장에서 일방적인 방어전쟁에 급급했던 20년 전과는 달리 이제는 우수한 국산품종을 기반으로 세계를 향한 ‘장미전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동력을 축적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