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융희 디카시로 여는 아침]바다의 가슴

2018-09-04     경남일보
[천융희 디카시로 여는 아침]바다의 가슴


 


바다를 함부로 담았던 가슴
아! 그래
너도 할퀸 상처가 있었구나
통증의 밤을 지켰겠구나
저만치 그녀처럼
-주강홍(시인)

태산은 흙덩이를 사양하지 않아 거대함을 이루고, 하해(河海)는 가는 물줄기를 사양하지 않아 깊음을 이룬다는 말이 있다. 우리는 지금 물의 광야를, 우주의 가장 큰 가슴을 목도하고 있다. 사방으로부터 묵묵히 받아들인 흔적이 무시로 드러날 때가 있으니, 시인은 저만치 시선을 던져 이 세상의 모든 그녀를 슬며시 불러보는 것이다. 어머니를, 아내를, 지금은 여기에 없는….

세월에 지쳐 때론 등뼈를 드러내 놓기도 하지만, 오늘 만난 영상은 상처 가득한 통증의 바다로 다가오고 있다. 속으로 가둔 저 물길은 어쩌면 몰래 울어 삼킨 그녀의 눈물 골짝인지도 모른다. 기어이 어떤 날은 하얀 포말로 바위에 부딪혀, 미친 듯 울부짖어 보는 것이리라. 하루에 70만 번이나 온몸을 뒤척인다는 바다의 할퀸 상처가 오늘따라 왜 이리 아픈지./ 시와경계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