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단상] 혼자만이 간직한 사랑

<수필가 이석기의 월요단상>

2018-09-03     경남일보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긴 주름진 얼굴, 그 얼굴에 주름이 많아지는 만큼 나이에 걸맞은 값을 하며 살아가야 하는 건 아닐까? 누구나 자신의 자리에서 알맞은 행동을 하며 실수가 적은 삶을 살아야겠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본다. 물론 지금의 나이에 누굴 사랑하면 어떻고, 아니한들 뭐가 달라지랴마는, 그렇다고 누굴 사랑한다 하여 상대에게 내 자신의 기분이나 생각을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며, 그것이 스스로의 품위에 상처를 받게 된다면, 나이 값을 위해서도 홀로 삭여 내야만 하는 건 아닐까?

나의 마음을 알든 모르든 그 어떤 연유로도 그에게 감정의 표현을 요구할 수도 없는 오르지 혼자만의 감정이라고 볼 수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짝사랑이 아닐까 한다. 오직 혼자만의 사랑으로 내가 내 자신의 감정조차 그에게 알릴 수 없는 안타까움, 내 마을을 알아주지 않아 가슴 아파하면서도 사랑할 수밖에 없는, 그래서 수많은 수식어를 동원한다 해도 이보다 더 아름답고 아픈 사랑이 어디 있으랴.

나의 감정을 그가 알아주지 않아 못마땅하게 여길 수도 있지만, 그러나 그것이 내 자신의 품위를 지키는데 다행이라고 생각할 만큼 나 자신을 괴롭히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니 이 모두가 우리의 지나칠 정도의 열등감 때문일 수도 있지만, 우리의 이성과 감성이 교차하던 수년간의 세월 끝에, 결국 세월이 약이라는 마무리에 이르게 되며, 그의 이름과 그의 모습이 떠나지 않은 한 그는 잊을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해야만 한다.

모름지기 세월이 흘러 자신을 이겨내고 잘 참아냈다고는 하나 그의 이름만 들어도 그의 모습이 선명하게 떠오르며 어쩌다 마주친다면 못 본체하고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그냥 돌아설 수 있을까? 지금껏 나의 마음을 조금도 알린 적 없었고 오직 혼자만의 생각일 뿐인, 그 어떤 감정도 나타내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을 위해서 얼마나 다행스러웠던가를 새삼 감사할 수 있기를 바라자.

기혼자와의 사랑이 소설 속처럼 어찌 아름답다 할 수 있으랴. 오직 자신과 맺어준 지금의 연분만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듯, 신의를 저버리지 않는 삶이 진실로 중요할 수밖에 없다. 그 사람 또한 그럴 것이며, 마음속에는 자신의 가족과 맹세가 굳은 약속으로 되어 있듯이. 그 누구의 마음이든 젊은 날의 약속만은 깊이 새겨져 있을 것이다. 누구든 이것을 중히 여기며 살아야 했고 또 그래야만 한다. 다만 그에 대한 침묵만이 지속된다면 그 짝사랑은 아름답고 고상한 영역에 이르지 않을까 한다.
 
<수필가 이석기의 월요단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