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수준 떨어진 한심한 KAI 사태 또 재발

이원섭(객원논설위원 경남과기대 연구교수)

2018-09-17     경남일보
엊그제는 경찰대학 출신 현직 경찰간부가 경찰청사 앞에서 경찰 지휘부를 비판하는 1인시위에 나섰다. 이유는 경찰이 세월호 추모집회에서 경찰관 부상과 장비 등의 파손에 대한 집회 주최측을 상대로 수천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는데, 법원은 주최측이 경찰에 유감을 표하는 대신 금전적 배상을 청구하지 않기로 하는 강제조정안에 대해 경찰의 이의 제기가 없어 종결된 사건에 대한 반박이다. 불법시위로 국가재산의 피해는 절대로 안 된다는 그의 행동은 돈키호테식 행동이 아니라 작은 나를 버리고 국법질서와 조직의 미래를 위한 충정이 분명하다.

금번 KAI 부품공장 신규사업을 극비로 추진하다 불거진 사천시민과의 갈등 사태도 분명 KAI는 국가나 KAI, 지자체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무진은 사장의 눈치만 보고, 사장은 권력의 눈치만을 보면서 누구 하나 소신 있게 나서지 않은 결과다. 세계적 항공기업을 추구하는 KAI에는 이러한 예견된 사태에 온 몸을 던지는 주인정신을 가진 충직한 인재가 없다는 것에 애석함이 앞선다.

KAI가 내놓는 변명들도 구차하다. 정부가 조선업 실직자 고용위기지역 지원 대책으로 고성군의 항공산업 유치 제안을 거절키 어려웠다는 것과, 수주가 확정된 것이 아니라서 사천시와 사전에 협의치 못했다는 것이다. 이미 KAI는 이 사업의 우선사업자로 지정이 되었다는 사실을 고성군과 경남도에 알려주었기 때문에 산업자원부와 협의를 거쳐 기획재정부에 예산 신청이 된 것이 분명함을 인정해야만 된다. 사천시에도, 정부가 추진하는 ‘조선업 실직자 재취업 인건비 지원정책’의 지역에 사천시는 해당이 안 돼 부득이 고성군과 협의한 사실을 사전에 논의했다면 오늘과 같은 사태는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 또, KAI는 이 사업 예산을 정부에 신청한 R&D(연구개발)예산을 증액 받아 우회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국가재정법은 “예산의 목적 외 사용금지와 예산의 전용”을 법률로 엄격히 정하고 있다. 예산을 전용할 시,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기획재정부장관의 승인을 얻어야만 전용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내년도 정부예산의 국회 심의는 아직 시작도 안 했다. 초법적인 발상을 버려야만 한다.

KAI는 지난달 미 해군무인급유기사업을 경쟁사인 보잉사로 결정이 되었기 때문에 차기 미국 고등훈련기 교체사업(APT) 수주는 KAI 컨소시엄 업체인 록히드마틴사가 유리해졌다고 한다. 이 사업의 수주가 성공되면 신규 부품공장문제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설명이다. 섣부르고, 신중치 못한 설득이다. KAI는 ‘윤리경영’ 실천이 ‘기업경영’보다 우선할 수 없다는 직원들의 목소리도 엄중히 받아들여만 한다. 이젠 KAI가 시급히 금번 사태의 해결을 위한 출구전략을 수립해야만 한다. 지난해 KAI의 기업 위기 후 출범시킨 ‘경영혁신TF’를 긴급 가동해서라도 지역과의 상생을 위한 ‘결자해지(結者解之)’의 혁기적인 출구전략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혁신도시의 LH는 지역 상생의 끊임없는 노력과 함께 대외협력을 통한 지역발전을 지원할 ‘지역발전협력단’을 출범 시켰다. KAI는 오히려 대외협력팀을 없애버렸다. 삼성 등 대기업들의 대외협력팀 역할이 기업들의 흐름이다.

사천시민들은 KAI가 내민 약속의 손을 기다리고 있을 지도 모른다.
 
이원섭(객원논설위원 경남과기대 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