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비밀

2018-09-17     경남일보
 


비밀


입단속이 간지럽다

자꾸만 새는 비밀을

덜컹, 캄캄하게 채워줘야겠다

-이문희(시인)



비밀의 정원이다. 열어젖힌 ‘문’의 이미지를 포착하는 시인의 행위는 디카시의 예술적 전유의 순간이다. 틈을 엿보고 있는 저 많은 잎(입)들, 아주 작은 단서라도 잡으려는 듯 타고 오르는 저 수많은 귀를 보라. 덜컹, 차단할 방법을 모색하는 시인의 집념이 단단하다.

‘당신의 비밀을 지켜 주기를 바란다면 가장 안전한 방법은 아무한테도 알려주지 않은 것이다(히폴리테)’. 오죽하면 비밀은 없다라는 말이 있겠는가. 다물고 있던 입을 여는 순간 일사천리 확산되는 경우가 다반사, 항상 입단속이 문제다. 이에 볼테르는 ‘타인의 비밀을 말하는 것은 배신이고 자신의 비밀을 말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라고 한다. 하지만 비밀이 없는 사람이 있을까? 당신도 마찬가지./ 시와경계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