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경 암 투병중 독일서 별세, 향년 54세

2018-10-04     김귀현 기자
진주 저물녘

기다림이사 천년같제 날이 저물세라 강바람 눈에 그리매 지며 귓불 불콰하게 망경산 오르면 잇몸 드러내고 휘모리로 감겨가는 물결아 지겹도록 정이 든 고향 찾아올 이 없는 고향
문디 같아 반푼 같아서 기다림으로 너른 강에 불씨 재우는 남녘 가시나 주막이라도 차릴거나
승냥이와 싸우다 온 이녁들 살붙이보다 헌출한 이녁들
거두어나지고
밤꽃처럼 후두둑 피어나지고

 

“나는 뼈를 세우고 살점을 키워진 고향 진주와 어머니 아버지에게 이 시집을 바친다

앞으로 고통이 있다면 나의 몫이요 그 고통으로 빛나는 날이 예비된다면 이 땅에 내가 노래해야 할 사람들과 더불어 그들의 몫이다.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므로 우리는 얼마나 행복한가”
 
-슬픔만한 거름이 어디 있으랴·책 뒤에·1988년11월 허수경